[김종욱의 달구벌 이야기](4)달구벌의 해묵은 나무들

입력 2009-01-22 06:00:00

고단한 삶에 든든한 버팀목

도심 곳곳에 해묵은 나무들이 서 있다. 숱한 나무들이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말라죽거나 베어져 나가고 말았지만, 용케도 살아남아 옛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그와 함께 고장의 품격을 더해 주고 있다. 아무튼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계산성당 마당에 서 있는 감나무 한 그루. 1930년대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 이인성이 그린 '계산동 성당' 그림 속에 등장하는 나무로 '이인성 나무'로 통한다.

동산 언덕바지 제일교회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이팝나무는 '현제명 나무'라 부른다. 이팝나무는 흐드러지게 피는 흰 꽃이 마치 쌀밥 같다고 해서 이밥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동산의료원에는 심은 지 100년이나 되는 사과나무가 있다. 1900년대에 존슨 선교사가 심었다고 전하는데, 전문가들은 그 자손 목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동산에 있는 선교사들의 주택과 주변의 주택들이 담쟁이덩굴로 뒤덮여 있다. 종류도 많고 다양할뿐더러 주택의 외벽인 붉은 벽돌과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종로초등학교 운동장에는 400년쯤 되는 회화나무가 있다. 수운 최제우가 경상감영에서 옥살이를 했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여 '최제우 나무'라 이름지어졌다. 경상감영 객사 앞에 심어졌던 것을 뒷날 옮겨 심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밖에도 감영공원 안 선화당 남쪽, 대안동 천리교 앞마당, 달성토성에도 회화나무가 힘겹게 세월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말없이 우뚝 서 있다. 회화나무는 선비의 집이나 서원 또는 대궐 같은 곳에 심던 기품 있는 나무인데, 심으면 출세하였기에 심는 나무라고 전해지고 있다.

오래된 나무는 우리네 고단한 삶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 비록 찢기고 부러져 상처투성이지만 그 모습에서 세월의 무게를 가늠해 보거나 선인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그와 함께 이 고장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은 고작 100년 안팎의 나이에 세상을 뜨지만 나무는 그 몇 갑절의 세월을 살기 때문이다.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모름지기 오래된 도시에는 해묵은 나무가 있어야 한다. 비바람에 시달리고 모진 세파를 견디느라 구불텅해진 나무가 있으면 도시의 품격이 한층 돋보인다. 그런가 하면 마음이 답답할 때면 멈춰 서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아! 그동안 바람은 얼마나 드세었으며, 참고 견디느라 부대낀 세월은 또 얼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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