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년만 버티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다음달 모대학 영문학과 졸업예정인 김모(24·여)씨는 실업대란을 피하기 위해 대학원에 지원했다. 김씨는 "고용 시장이 얼어붙었는데 지금 무작정 졸업하면 백수 신세를 못 면한다"이라며 "학문에 뜻을 둔 건 아니지만 영문학 석사라도 따면 학원 교사나 과외 일자리를 따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마이너스 고용'이 현실화되면서 청년층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학 재학생들은 시간벌기용 휴학이 일상화되다시피 했고, 대학 졸업예정자들은 사회 진출을 미루기 위해 대학원 진학에 나서고 있다. 대졸 미취업자들이 늘면서 임시 직장으로 선호되는 사설학원가에서는 강사 공급 과잉까지 벌어지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는 실직·이직에 대비한 '샐러던트(sallary student·공부하는 직장인)'가 늘고 있다.
15일 오후 찾아간 경북대 중앙도서관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졸업생 이동우(30)씨는 "방학중인데도 오전 10시를 넘으면 모든 층의 좌석이 다 찬다"고 했다. 대학생 10명중 3명은 휴학생이다. 경북대 경우 2006년 27%이던 휴학생 비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29%로 늘어났으며, 수년째 30% 안팎의 휴학률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대학원 지원율은 수직 상승 추세다. 영남대 일반대학원 경우 지난해 568명 모집에 765명이 지원(1.54대1)한 데 이어 올해도 전기모집에만 503명이 지원했다. 2005년 580명 모집에 516명이 지원, 0.89대1의 지원율을 보였던 것과는 격세지감이다. 지역의 한 대학원 행정학과의 경우 수년만에 정원을 초과하는 경사(?)를 맞았다. 올해 1.43대 1(7명 정원에 10명 지원)의 경쟁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행정학과 대학원은 재학생들이 행정고시나 공무원시험 등에 매달리면서 진학률이 낮은 대표적인 학과로 알려져왔다.
학원가에는 강사로 일하려는 대졸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교사 1명을 뽑아 2, 3개월 정도 지켜본 뒤 능력이 부족하면 내치기도 한다. 대구 성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고용 한파를 피해 보습학원 등에서 단기 일자리를 얻으려는 대졸자들이 몰리면서 오히려 학원가가 혼란을 겪고 있다"며 "임시로 거쳐가는 곳으로 인식될 경우 수강생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옥석을 고르는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들 사이에는 자격증 취득이나 사이버대 진학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2년제인 영진전문대사이버대 경우 올해 800명 모집에 2천692명이 지원, 3.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3.2대 1이었다. 대학 입학담당자는 "사회복지과, 경영학과, 부동산학과 등의 학과 경쟁률이 전년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승진이나 실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원하는 30대 직장인들이 주축"이라고 밝혔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지난해 4분기 청년실업률은 8.9%로 전국 1위로 조사됐다. 이는 2007년에 비해 1% 늘어난 수치였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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