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하는 좋은 공연은 어떤 공연이며 또 좋은 공연을 이루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공연은 그날 들었던 음악이나 연주의 좋고 나쁨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좋은 공연이란 티켓을 구입해서 공연장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연주가 끝나고 공연장을 나서기까지 듣고 보고 느낀 모든 요소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 하나하나까지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공연 관람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장 인상에 남는 혹은 감동 깊게 관람했던 공연들이 있기 마련이다. 공연 자체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외부여건과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어 감동의 무대로 나를 인도했던 공연을 소개해본다.
1999년 독일 유학시절 관람한 현존하는 최고의 영국 아카펠라 그룹 킹스싱어즈의 공연이었다. 학교의 연주홀에서 콘서트가 진행되었는데 학생들은 무료로 입장하는 대신 무대 뒤편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했다. 본 프로그램이 끝난 뒤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6명의 음악가들이 뒤로 돌아서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향하여 연주하는 배려를 보였다. 그 감동의 순간 한 음이라도 놓칠까 음악 속으로 빨려 들어간 동료들의 모습과 30여명 남짓 적은 관객을 위한 배려와 최선의 연주를 들려주는 연주자들의 모습이 아직도 감동스런 기억으로 남아있다. 청중들이 공연 속으로 완전히 빠져드는 무아지경의 상태, 음악과 연주자와 청중이 모두 공연 안에서 완전히 하나가 되는 혼연일체의 상태가 되었던 훌륭한 공연이었다.
느낌과 분위기는 달랐지만 또 다른 감동의 무대는 2000년 성금요일(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일을 기념하는 날) 밤에 있었던 바흐의 마태수난곡 연주회였다. 최고의 공연단체도, 최상의 공연장도 아닌 단지 동네의 조그마한 교회에서 성가대원들이 꾸민 음악회였다. 3시간여에 걸친 공연을 접하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연주도 연주였지만 관객들의 대부분이 악보 또는 가사집을 들고 연주에 그리고 텍스트에 빠져들고 있었다. 급기야 곡의 말미 예수의 죽음에 이르는 부분에서는 눈물을 떨어뜨리는 이들을 주위에서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의 마지막 합창이 끝난 후에도 박수는 없었고 관객 전체가 예수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한 한참 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는 교회 종소리만 울렸다. 관객이 또 다른 공연의 주인공이 되어 침묵이라는 음악의 감동을 연장시켜 나갔다. 침묵과 여운이 박수와 함성보다 강한 감동을 안기는 순간이었다. 공연을 충분히 이해하는 좋은 청중과 함께 그때 귓가를 울리던 침묵소리, 교회 종소리가 감동의 여운으로 밀려온다.
서상화 북구문화예술회관 공연기획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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