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는 산이 높고 골이 깊어 다니기가 여간 힘든 곳이 아니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재만 해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지금이야 교통이 발달했지만 옛날에는 길 나서는 것 자체가 고행 길이어서 우마(牛馬)도 쉽게 그 길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
그래서 봉화는 보부상(봇짐장수)이 그 소통 역할을 해왔다. 보부상은 산 너머 마을의 소식을 서로 전하는 '전령'이었다. 멀게는 영주와 안동, 문경 등 백두대간을 거쳐 한양까지 길을 나섰고, 이웃한 강원도를 드나들며 '소통'의 대명사가 됐다. 춘양에서 영월로 가는 도래기재, 영월과 봉화의 또 다른 관문인 박달령, 석포와 소천·춘양 땅을 잇는 넛재, 춘양과 물야를 잇는 주실령 등 곳곳에 보부상 흔적이 남아 있다.
보부상이 있으면 으레 주막이 존재하지만 아쉽게도 남아있는 주막은 없다. 봉화는 산이 높아 이정표 자체가 없어 주막이 그 길라잡이 역할을 했고, 보부상의 쉼터이자 다양한 고을 이야기가 모이는 장소이기도 했다.
청량산 자락에 위치한 넛재(896m)에 대해 석포의 석남홍 문화해설사는 "하염없이 길고 높아 '늦재'라고도 하고, 고개의 처음이자 시작이 체감으로 100리"라며 "넛재는 쉬었다가는 제 시간에 넘을 수 없어 보부상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고개"라고 소개했다.
주실령은 봉화 보부상의 대명사다. 오전약수터와 얽힌 전설이 재미를 더한다. 물야의 후평장과 춘양의 서벽장을 드나들며 장사를 하던 봇짐장수 곽개천이라는 사람이 서벽장을 보고 주실령을 넘어 후평장으로 가던 중 잠이 들었는데 꿈에 산신령이 이르기를 "네 옆에 만병을 통치하는 약수가 있다"고 해 깨어 보니 약물이 솟고 있었다고 한다. 보부상이 오전이라는 조선 최고의 약수터를 발견한 셈이다.
봉화군은 지난해부터 오전약수터 일원에서 보부상 행렬을 재현, 외부에 알리고 있다.
이종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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