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33경기 "확대-환원" 논란

입력 2009-01-14 09:05:14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지난 시즌과 같은 '1박2일' 승부를 볼 수 없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사 간담회를 열고 말이 많던 끝장 승부를 폐지하고 팀 당 경기 수를 133경기로 늘리는 등 대회 요강을 손질, 발표했다. 이를 두고 각 구단 감독들의 불만은 여전하지만 그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무제한 경기는 메이저리그처럼 팬들을 위해 승부가 날 때까지 경기를 치르자는 취지에서 지난 시즌 처음 도입된 제도. 각 구단 감독 등 현장에서는 선수층이 엷은 현실 여건상 무리라고 불만을 토로했으나 그대로 시행됐다. 지난해 6월1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가 자정을 넘겨 '1박2일' 승부를 벌이는 등 두 차례 끝장 승부가 벌어졌다.

하지만 KBO는 한 시즌 만에 무제한 승부를 폐지하고 12회로 승부를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과거처럼 경기 말미에 무승부를 염두에 두고 시간 끌기를 하던 추태를 없앤다며 현재 '승/(승+패)'이던 승률 계산 방식을 '승/경기수', 즉 다승제로 바꿔 승부를 내도록 유도했다. 또한 시즌 기록 향상을 명목으로 팀 당 경기수를 지난해(126경기)보다 7경기씩 늘렸다.

그럼에도 KBO의 이번 결정에 대해 현장의 박수 소리는 크지 않다. 끝장 승부가 폐지됐음에도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끝장 승부 폐지의 근거와 마찬가지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126경기를 유지하기로 각 구단 감독들이 감독자 회의에서 의견을 모았는데 그 같은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끝장 승부나 경기 수 확대 모두 현실상 무리라는 각 구단 감독들의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한 시즌에 25인 로스터(우리는 26인 로스터에 25명 출전)를 가지고 시차까지 감수한 채 이동해가며 162경기를 치른다. 서양인들과 신체 조건이 다르다고도 하는데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은 시즌 후반 혹사로 쓰러진 적이 없었다.

게다가 팀 당 133경기를 치르기로 한 것은 경기 수를 '확대'한 것이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5년 만에 '환원'한 것이다. 2000~2004년 133경기를 치르다 병역 비리 파동으로 선수 자원이 부족해지자 경기 수를 줄인 것이기 때문. 당시 파동에 휘말렸던 선수들이 복귀하고 새로운 선수들이 나온 지금, 선수 혹사 우려가 있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끝장 승부를 그대로 두고 팀 당 126경기를 치르게 할지, 끝장 승부를 없애고 팀 당 133경기로 환원할지 등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정작 현장에서 뛰는 각 구단 감독들이 야구팬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명색이 '프로' 야구라면 무엇보다 야구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먼저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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