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있어 살맛 나는 거 알제"

입력 2009-01-14 06:00:00

감동을 주는 부모 되기/이호철 글/보리 펴냄

'엄마가 설거지를 하고 침대에 와서 내 옆에 누웠다. "지숙아, 자나?" "아니. 그냥 누워 있다." "그러면 침대에 왜 누워 있노?" "으응? 그냥." "지숙아, 태어나 줘서 고맙데이. 알았나, 이놈에 가시나야." "알았다. 그런데 왜 욕을 하는데?" "이거는 욕이 아니다. 그냥 좋아서 하는 말이지." "욕이다, 치이!" 엄마는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태어나 줘서 고맙데이." 하는 말을 해 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말에 가슴이 뜨겁도록 감동을 받았지만 엄마에게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6학년 박지숙)

태어나 줘서 너무나 고마운 우리 새끼. 그러나 그런 표현을 하는 부모들이 몇이나 될까. 오히려 공부하라고 닦달하기에 바쁜 것이 요즘 부모들이다. 자녀들에게 감동을 주는 부모 되기는 쉬우면서도 어렵다. 아이들 마음에 다가서면 쉽고, 그게 안 되면 한없이 힘들어진다.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 아이들 마음이 훤히 보인다. 이 책은 아이들의 글 91편을 24가지 소주제에 7부로 나눠 싣고 각 글에 지은이의 단상을 실었다. 모두 아이들이 부모에게 감동받은 이야기들이다.

1부 '괜찮아, 실수도 할 수 있는 거지 뭐'는 칭찬과 위로를, 2부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는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자는 이야기를, 3부 '혼낸 거 잊어버려라, 알았제?'는 아이들의 맺힌 마음을 풀어주는 부모를 그리고 있다. 4부 '네가 왜 화났는지 알아'는 서로의 이해를, 5부 '너 엄마한테 뭐 숨기는 거 있나?'는 자상함을, 6부 '너희들이 있어 살맛 나는 거 알제?'는 부모의 모범을, 7부 '웃을 일을 만들어서라도 웃어봐'는 다정한 가정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고민과 갈등, 부모와의 관계 등 아이들의 솔직하고 생생한 글을 바탕으로 교육의 문제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아이들에게 감동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은이는 "아이들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한다.

"가볍게 안아 주거나 조금 칭찬해 주거나, 따뜻하게 말 한마디만 건네도 눈물이 솟구칠 만큼 감동할 때가 많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부모를 보거나, 부모와 같이 즐겁게 놀기만 해도 아이들은 뜨겁게 감동합니다. 아이들의 이런 심리를 알면 누구나 쉽게 아이를 감동시키며 행복하게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호철(57)씨는 30여년 간 경북 지역 초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아이들의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다. '살아 있는 글쓰기' '살아 있는 그림 그리기' '살아 있는 교실' 등의 책을 썼다. 상처 입은 아이들의 글을 바탕으로 2001년 '학대받는 아이들'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을 보고 아이들을 학대하는 일이 없어지기를 바랐는데,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낸 것이 반대로 아이들의 감동받은 이야기를 모은 이 책이다.

투박한 사투리가 그대로 녹아 있고, 대화 글도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자녀들이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어린이 심리 보고서이다. 276쪽, 1만2천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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