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생각] 소지품이 된 휴대전화

입력 2009-01-13 06:00:00

예전에 없었던 버릇이 생겼다. 전화나 문자가 왔다는 신호가 없어도 휴대전화를 열어보는 습관이다. 다른 일에 몰두하는 동안 '누군가로부터 전화나 문자 메시지가 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늘 머물러 있다. 궁금한 것을 확인한 후에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지만 충동적으로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도 있다.

4, 5명을 그룹 지어 독서지도를 하다 보면 꼭 한두 차례 휴대전화에서 신호가 울린다. 아이는 방해가 된 것에 미안해하면서도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을 한다. 대개 친구한테서 오는 것이 많다. 부모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 아니면 답장을 못하게 하고 있다. 수업 중에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어두는 학생도 있고, 옷주머니에 넣기도 한다. 어떤 학생은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요즘은 휴대전화를 소지한 연령대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로 확대됐다. 몇 년 전만 해도 부모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필자의 휴대전화를 빌려 통화했는데 지금은 각자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아직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은 아이조차도 부모로부터 받고 싶은 선물이 '휴대전화'라고 말한다.

대개 아이들은 몇 가지 이유로 휴대전화를 갖게 된다. 첫번째는 무엇보다 안전을 이유로 든다. 유괴사건이나 실종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해지면 초등학교 저학년 여학생들에게는 기회가 된다. 평소 사달라고 졸라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부모는 아이를 보호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성적과 관련이 있다. 반 1등, 전교 몇 등까지를 목표로 정해 여기에 도달하면 휴대전화를 사준다. 아이들이 갖고 싶은 1순위가 휴대전화다 보니 부모는 학습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머뭇거리지 않고 '그래'라고 대답한다. 세번째는 '나만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강제로 사달라고 조른다. 내 자식이 이 친구, 저 친구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전화를 하고, 부모는 자녀의 친구에게 몇 차례 연락하다 보면 미안한 생각도 든다.

필자의 남편은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수업 중에 문자를 주고받아 주의를 주는 일이 종종 있는데 많은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문자를 주고받는 것이 한두 번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되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집중력이 떨어져 성적이 하락한단다. 학업성적은 부(富)와 다름없다. 재산을 늘리기는 어렵지만 잃는 것은 한순간인 것처럼 성적도 마찬가지다.

둘째 아이가 올해 고3이 된다. 대입을 두 차례 치른 엄마이고 보니 학모들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먼저 '휴대전화 사용 유무'부터 묻는다. 특히 초교생들에게는 금기사항 가운데 첫번째라고 단호히 말한다. 아직 자제력이 없는 연령이라 학습저하로 연계될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나쁜 영향이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 학생들에게 소지품이 된 휴대전화. 재원인 아이가 이 기계 하나로 인해 점점 학업성취욕이 떨어지고 있다면 부모는 자녀를 설득해야 한다. 지금 자녀의 미래를 위해 고민 한 번 해 볼 일이다.

장남희(운암고 2학년 임유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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