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 짚신장수와 우산 장수

입력 2009-01-13 06:00:00

우리는 흔히 사고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할 때 짚신장수와 우산장수를 둔 어머니의 생각을 예로 든다. 비가 오면 짚신장수인 큰아들을 걱정하고, 맑은 날이면 우산장수인 작은아들을 걱정하던 어머니가 있었다. 어떤 이가 어머니에게 만날 걱정만 하지 말고 생각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이 잘 팔릴 테니 작은아들이 좋고, 맑은 날에는 짚신이 많이 팔리니 큰아들이 좋을 거라고 말이다.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오늘의 경제 문제도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 우화는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일상 속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짚신장수도, 우산장수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크고 작은 일, 특히 경제 문제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인간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기에 수학문제처럼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다는 얘기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어디, 외팔이 경제학자(one-handed economist)는 없나'라고 참모들에게 짜증섞인 농담을 했다고 한다. 골치 아픈 경제문제의 해법을 물어보면 경제학자들이 한결같이 장황하게 어떤 정책의 장점을 설명해 귀가 솔깃해질 만하면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이라고 토를 달아 역기능과 부작용을 늘어놨기 때문이다.

사실 경제정책은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동시에 존재하므로 어느 정부나 가장 덜 나쁜 쪽을 선택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경제정책이 한결같이 그럴싸해 보이는 동시에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환율이 오르는 게 좋은가, 내리는 게 좋은가. 여기엔 정답은 없다. 짚신장수와 우산장수의 상황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업체는 환영하겠지만, 수입업체나 기러기 아빠, 서민들은 힘들어진다. 반대로 환율이 내리면 수출업체와 수입업체의 희비가 바뀐다. 금리도 마찬가지. 금리가 오르면 예금자가 웃고 대출자는 울지만, 금리가 내리면 그 반대다.

어려울 때일수록 경제문제는 법과 원칙으로 풀어야 된다. 농약은 안 쓰면 안 쓸수록 좋다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농약 제로'가 정답일까. 농약을 지구상에서 퇴출시킨다면 농약으로 인한 피해는 막을 수 있겠지만, 식탁 위에 더 이상 신선한 야채가 오르길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농약문제는 채소에 농약이 얼마나 잔류하느냐, 어느 선까지 잔류농약 허용기준을 두느냐의 문제이다.

또 환경과 개발이 충돌할 때도 개발로 일관하다 보면 환경 파괴로 인해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 반대로 개발을 하지 않으면 환경은 보호할 수 있겠지만 현대인들은 일상의 편리함을 상당부분 포기해야 한다. 작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쇠고기 파문'도 한 꺼풀 벗겨보면 동전의 양면과 같다.

영화 '다이하드 4.0'에선 범죄자들이 뉴욕시내 도로를 일거에 마비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교통 통제망을 조작해 신호등을 모두 녹색등으로 바꾼 것이다. 녹색등에선 출발하고 적색등에선 멈춘다는 '사회적 약속'이 일순간 사라진 상황이다. 경제문제를 푸는 열쇠도 이 같은 사회적 약속, 즉 '법과 원칙'에 있다. 법과 원칙이 확고하다면 경제 주체들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거기에 맞춰 나가고, 사회적 타협을 이룰 것이다.

정상만(대구은행 황금PB센터 PB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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