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장성 은신처 유적지로 조성/抗日 유적 방치하는 우리와 대조
백범 金九(김구) 선생이 이끌었던 중국 상하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터가 도시 재개발사업으로 빠르면 올해에나 늦어도 머지않은 장래에 뜯겨질 것 같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 정부도 대책을 마련 중이라니까 臨政(임정)의 항일독립운동 기록과 유물들이 다시 잘 보존되리라 믿어지지만 이번 기회에 해외에 남겨진 항일 유적과 유물 기록들을 해당국가에 재정적 지원을 보태서라도 충실하게 전승'보존되도록 하는 대책을 논의할 때가 된 것 같다.
상하이 임시정부는 1932년 4월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虹口)공원 폭탄 투척 사건 직후 일본의 발악적인 수색검거를 피해 난징(南京), 충칭(重慶), 항저우(抗州) 등으로 떠돌며 명맥을 이어갔다.
김구 선생으로서는 그 당시가 항일투쟁 기간 동안 가장 위기의 시기였고 시라카와 대장 폭사 사건 직후 피신해간 곳이 바로 중국서 가장 오래된(700여 년) 운하도시인 저장성(浙江省) 자싱(嘉興)시다. 1936년까지 약 5년간 김구 선생이 피신해 다닐 동안의 자싱시는 임시정부의 활동 중심지가 됐다. 임시정부 議政院(의정원) 16인 비상회의를 열어 제13차 정부 구성을 의결, 김구 선생의 실질적 지도자 지위를 확고히 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당시 이동녕, 이시영(해방 후 부통령 역임), 엄항섭, 박찬익, 김의관 등 임정 요원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 피신했던 집들은 중국 부호 집안인 저보성(楮輔成) 상하이 법대 총장이 마련해 준 은신처였다. 1996년 그 후손들과 자싱시가 그 당시의 은신처를 보수 복원하고 자싱시 文物(문물) 보호 單位(단위:우리의 지방 지정문화재 개념)로 지정했다(2005년에는 省級(성급) 문물 보호 단위로 지정). 피신처 집 바로 뒤의 南湖(남호) 호수에는 지금도 작은 배 한 척이 띄워져 있다. 그 배는 일본 密偵(밀정)등 수상한 사람이 보이면 즉시 비밀통로로 배를 타고 호수 안으로 피신하는 비상보트다.
김구 선생의 침실과 욕조, 유품 등이 보존돼 있는 2층과 호수로 통하는 비밀통로에는 사다리가 감춰져 있어 외부인은 알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또 한낮에는 주로 호수의 배 안에서 지내고 밤이 돼 숙소로 돌아올 때가 되면 안전할 때는 바깥에 흰 옷을 내걸고 위험할 때는 붉은 옷을 내걸어 들어오지 말도록 신호를 보내는 고달픈 수난의 시기를 보냈다.
김구 선생은 훗날 백범일지에서 자싱 임시정부 피난 시절 자신들을 보호해준 저보성 일가의 보살핌에 대해 '나라가 독립되면 나의 자손이나 나의 겨레는 누가 저보성 씨 집안의 이러한 성의와 친절에 감동치 않을 수 있겠는가'고 술회했다.
중일 전쟁이 터지면서 자싱에까지 일본군이 쳐들어왔을 때도 저보성 씨의 친척들은 김구 선생이 맡겨둔 책이 든 상자(사실은 도시락 폭탄들)마저 폭탄인 줄 모른 채 소중한 책으로 알고 불 고문을 당해가며 지켜 냈다. 그리고 60여 년이 지난 뒤 그 일대를 1930년대風(풍)의 거리로 조성, '역사의 거리'라 이름 짓고 인근 시내 중심가 거리는 韓中(한중) 간의 友誼路(우의로)라 명명했다. 또한 복원한 피난처와 임정요원'가족 숙소의 정확한 考證(고증)을 위해 당시 12세부터 피난처에서 함께 살았던 김구 선생의 차남 金信(김신-건국 후 공군참모총장 역임) 씨를 초대, 자문까지 받았다. 70 老翁(노옹)의 기억을 토대로 60년 전 모습을 史實(사실)에 맞게 복원, 보존하겠다는 역사의식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의 항일 역사를 남의 나라가 더 극진히 자기네 돈 들여가며 보존하고 기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우리의 역사의식도 나라 안 과거만 챙기는 좁은 시각에 머물 게 아니라 넓은 세계 속으로 눈을 돌려야 된다는 자각을 해보게 된다. 아직 안중근 의사의 유해 이장은 고사하고 묘소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일본'하와이'헤이그 등 남의 땅에 남아있는 한국'한국인 유적들은 곳곳에서 초라하게 유지되거나 멸실돼 가고 있다. 오늘의 물질적 현실이 어렵고 힘들수록 어제의 정신과 민족의 혼을 더 단단히 보듬고 지켜야 민족의 미래가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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