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2009 대구 공연] ②박정숙 수성아트피아 공연 기획팀장

입력 2009-01-12 06:00:00

전문 예술 행정인력 육성 급하다

▲박정숙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박정숙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 박정숙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대구엔 유난히 예술관련 대학 학과가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대구경북연구원의 '공연문화중심도시 조성 기본구상'에서도 풍부한 공연관련 인력이 공연도시로 갈 수 있는 인프라로 제시된다. 2007년 한 해만 4년제 6개 대학에서 1천62명의 예술학과 졸업생이 배출됐다. 하지만 공연시장에선 이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지역예술인 배출에만 신경 쓸 뿐 인력 관리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다. 수성아트피아 박정숙 공연기획팀장은 대구가 공연문화중심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전문예술행정인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수성아트피아는 돈 되는 공연만 한다는 평이 많다. 지나치게 수익에 중점을 두는 것은 아닌가?

"개관 후 1년 8개월 동안 51개의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이 중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높았던 작품은 15개에 불과하다. 대형 공연을 기억하는 관객이 많아 이런 평을 듣는 것 같다. 또 타 공연장에 비해 제작 및 기획공연 예산이 월등히 높다. 2007년엔 11억, 2008년엔 7억이었다. 공연의 질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이름난 대형 공연을 기획하면서 지역을 등한시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제 무대에 올려진 51개 공연 중 지역예술인초청 공연이 유난히 적다.

"수성아트피아 관장은 대구의 대형 공연장 중 유일한 비예술인 출신이다. 당연히 순수예술만 고집하진 않는다. 연극과 뮤지컬, 무용, 클래식, 대중음악 등 모든 장르를 총망라해 무대에 올린다. 제작 및 기획공연 비중을 살펴보면 상업예술과 기초예술 비중이 거의 비슷하다. 대관은 차치하자. 단 작품의 완성도와 경쟁력을 따지다 보니 지역보다는 대형공연이 중심에 섰다."

-지역예술인초청 공연이 완성도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말인가?

"이 부분에서 할 말이 정말 많다. 최근 지역 극단의 장기공연기획을 시도했다 포기한 적이 있다. 패인으로 다양한 요인이 거론되지만 양측 모두 의지가 부족했다. 극단에선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흥행성을 담보할 수 없는 공연에 우리 역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연을 추진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지역예술인지원이란 부문에서 서로 손해를 본 셈이다."

-극단에서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포장해서 상품으로 팔려는 의지가 부족해보였다. 지역 공연 중엔 놀랄 만큼 뛰어난 콘텐츠를 가진 공연을 종종 만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홍보와 마케팅, 극장과의 소통 방식에서 서툴다. 안타깝다. 지역예술인 초청공연을 준비하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홍보·마케팅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초예술이라고 무조건 무대에 올릴 수는 없다. 관객에 대한 고민을 예술인이 함께 해야 한다. 관객과 극장에만 떠맡기는 지금 구조는 탈피해야 한다."

-지역예술인들이 관객 발굴이나 공연의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공연은 단순히 일회성이 아니다. 이번 한 번이 끝이 아닌 이 공연을 통해 잠재 관객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예술인은 이 점을 간과한다. 나 역시 성악과 출신이다. 예술인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안다. 성악 발성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과연 팔릴 수 있을까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이게 박정숙의 모습이라고 당당히 관객 앞에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아는 사람 동원해 객석을 채우는 고질적인 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 부분이 공연문화중심도시로 가는 발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굉장히 중요하다. 전문예술행정인력 발굴을 통한 지역 예술인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또 홍보, 마케팅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공연문화중심도시 대구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 '메이드 인 대구' 공연을 어떻게 상품화할 것인가? 관객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이와 동시에 공연장 특성화 운영도 병행돼야 한다. 대구엔 1천석 이상 공연장이 10개나 존재한다. 내부 경쟁으로 대구공연계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다. 교통정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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