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달력그림 액자에 넣어두고 감상

입력 2009-01-10 06:00:00

올해는 경제사정 위축으로 새 달력 배부량이 매우 적다지만 내가 어릴 적 1960년도엔 정말 달력이 무척 귀했습니다. 4절지 크기 용지에 지역 국회의원 인물 사진이 찍힌 달력이 유일하게 각 가정에 한 부씩 시골 반장님을 통해서 배부되면 벽에다 풀칠해서 붙여놓고 일년을 보곤 했습니다. 주위에 간혹 서울에 나간 친척들 중에 설 명절에 고향 방문시 넘기는 달력이나 매일 한 장씩 떼는 달력을 선물로 받아서 대청마루에 자랑삼아 걸어두면 모두들 부러움의 시선이 되곤 했습니다.

요즘은 질 좋은 종이 화장지로 볼일 후 뒤처리하는 세월 아니, 수세식 화장실에 비데시설이 보편화돼있지만 그때는 신문지는 고급에 속하고 종이가 귀해서 화장실 사용 후 매일 한 장씩 떼는 달력은 너무 너무 요긴하게 쓰이는 귀중한 달력이었습니다.

특히 젊은 청년들 방에 한복 입은 영화배우 사진을 담은 달력이나 여자배우가 수영복을 입은 배경 사진을 담은 달력은 인기가 좋았답니다.

시골에서 대구 큰장에 시장 보러 오면 길거리에서 파는 달력을 거금 500원을 주고 사가 벽에 걸어두며 흐뭇해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달력의 좋은 그림은 오려서 액자에 넣어 두고 감상하였습니다. 이제 내 나이 50대 중반, 요즘처럼 춥고 긴긴 겨울밤엔 춥고 배고팠던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올해도 큼직한 숫자 달력에 1년 정기적 대소사 행사를 동그라미하면서 새해설계를 해봅니다.

김경환(대구 북구 구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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