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예술혼이 빚어내는 감동

입력 2009-01-09 06:00:00

제주도를 방문하게 되면 두모악갤러리에 들르곤 한다. 이곳은 제주도의 모습을 필름에 담다가 근육이 오그라들며 온몸이 장작처럼 굳어버리는 루게릭병으로 48년의 짧은 생을 살다 간 고(故) 김영갑 선생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그가 남긴 유작들과 작품 속에 비치는 삶의 흔적들 앞에서 남다른 작가정신을 느끼게 된다. 연주자로서, 한사람의 직업인으로서 나의 모습을 추스릴 수 있는 기회로 삼곤 했었다.

그는 1982년 제주도를 처음 방문한 후 제주사랑이 깊어져 결국 3년 만에 제주도에 완전히 정착해 버린다. 그리고 20여년을 제주에서 지내는 동안 제주도에 대한 사랑이 마음의 열병으로, 마음의 열병은 몸의 불치병으로 전이됐다. 투병 중에서도 태풍이 불어닥치던 어느날 바다로 나간 그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 위해 바위에 몸을 친친 감고 벼랑 끝에 서서 휘몰아치는 태풍앞에 셔터를 눌러댔다. 비록 그가 앓고 있던 병이 그의 열정을 발목잡았지만 제주도에 대한 사랑과 예술에의 열정은 꺾지 못하였던 것이다.

김영갑선생처럼 잘 알려진 인사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주위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는 음악가들 또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음악회장을 방문하게 되면 단지 눈에 보이는, 귀에 들리는 음악에만 관심 가지며 그것으로 그 연주자를 판단해 버리기가 쉽다. 우리가 마주하는 음악가들이 한곡의 예술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는 생각하기가 어렵다.

그럼 그들에게 어떠한 삶이 수반된 것일까?

먼저, 완성될 음악을 위해 쏟는 연주자의 열정과 노력, 예술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겪어야하는 온갖 고뇌와 갈등, 오랜 시간의 반복되는 연습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뿐인가. 연습과 연주를 위해 일상생활의 여러 가지 우선순위가 바뀌고, 때로는 그로 인해 희생해야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마치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위해 쉼없이 물갈퀴질을 하고 있는 백조의 모습과 같다고나 할까….

최선의 음악을 만들고자하는 연주자의 숭고한 정신과 그 불타는 예술혼이 실린 음악에 어찌 감동이 없겠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도 매일 밤 청중을 위해 지극한 노력과 희생으로 빚어진 음악의 성찬이 준비돼 차려진다. 음악가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악의 성찬은 지쳐있는 우리의 영혼을 정화시키는 감동의 자리로 인도할 것이다.

서상화 북구문화예술회관 공연기획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