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소의 해, 기축년의 축산물도매시장 표정

입력 2009-01-08 10:03:35

▲ 7일 오전 대구 신흥산업 경매장에서 중도매인들이 한우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7일 오전 대구 신흥산업 경매장에서 중도매인들이 한우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육번호 415번, 한우 거세 1 플러스 A등급!"

7일 오전 대구 북구 검단동 대구축산물도매시장 경매장. 오전 9시 10분 시작된 경매는 여느 경매·공판장 풍경과는 달리 조용했다. 이날 경매장에 나온 사람들은 중개인들과 매매참가인, 그리고 소를 팔러나온 사람, 축협 직원 등 40여명. 하지만 경매장이라면 연상되는 왁자지껄한 소리는 없었다. 도축소를 사려는 이들은 각자 소형 전자계산기를 이용해 응찰가를 입력하고 있었다. 오직 장내 아나운서가 차례대로 나오는 도축소를 소개하는 말만 쩌렁쩌렁 울렸다. 몇 초가 지나지 않아 경매참가자들의 눈앞에는 '16,555'라는 숫자가 전광판에 떴다. kg당 가격으로 415번 도축소가 낙찰된 가격이었다.

이날 낙찰된 도축소는 모두 117마리. 모두 전날인 6일 오후에 도축된 소였다. 1시간 남짓한 시간 안에 모두 새주인을 만나 냉동탑차에 실려나갔다. 한 마리를 경매에 부쳐 낙찰되기까지 채 30초가 걸리지 않았다.

소의 해, 기축(己丑)년이 시작됐지만 축산물도매시장에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국내산 소값 폭락 등 각종 악재로 인해 업자들의 한숨으로 가득했다.

권오영 영업부장은 "설을 앞두고 대목이라는 기대심리가 커 작업량이 늘어 이번 주부터 100여마리씩 작업하고 있다"며 "하지만 설대목이 지나면 다시 20마리 정도가 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지난주까지 도축된 소는 하루 20~30마리 정도. 10년 전만 해도 소 도축량은 하루 100여마리였지만 지금은 3분 1에도 못 미친다. 고령축산물공판장으로 수요가 분산된 측면도 있지만 시중 정육점들의 급감과 미국산 소고기 수입의 직접적인 타격으로 축산농가의 폐업도 적잖았기 때문이다. 한 축산업자는 "남는 게 없는 장사지만 값이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설대목을 앞두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를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육우 사육 마리수는 243만마리로 3분기보다 4만마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 산지가격 하락 추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2003년 말 485만원이던 600㎏짜리 비거세 한우 수컷의 산지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377만원으로 떨어졌다.

축산업계에서는 사료값 때문에 1차적인 타격이 온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달에 소 한 마리에 들어가는 사료비만 10만원. 2년 뒤 도축하기까지 사료비만 240만원, 송아지 구입에 드는 비용이 20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남는 게 없는 장사다.

그렇다고 시중 쇠고기 값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등급 한우 갈비의 전국 평균 소매가는 500g당 3만5천30원으로 오히려 한 달 전보다 4.2%, 1년 전보다는 6.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매인은 "유통과정에서 도소매업자 간에 4~6번씩 매매를 거치기 때문에 가격이 뛸 수밖에 없다"며 "유통과정을 개선하지 않으면 한우값 하락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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