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토크쇼'가 부활했다. 지난달 14일 첫 방송한 KBS 2TV '박중훈 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이 장동건·최진영 ·정우성 등 화제의 인물들을 연거푸 출연시키면서 초반 바람몰이에 성공했고, 박중훈의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안성기·조용필·나훈아 등 그동안 TV에서 잘 볼 수 없었던 거물 연예인들이 잇따라 초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고현정 쇼'가 탄생할 수 있을지도 주목받고 있다. 연예계 복귀 이후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해온 그녀는 얼마 전 유재석·신동엽·김용만 등 예능 스타들이 대거 포진한 DY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겨 토크쇼 진행 가능성을 비췄고 소속사 측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정사항은 없지만 긍정적 검토가 진행중이라고 밝힌 것.
하지만 이런 토크쇼 부활 소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자니윤 이후 주병진·이홍렬·서세원 등 스타 이름을 내 건 온 한국 토크쇼는 연예인 위주의 식상한 소재로 단순한 오락 프로그램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고 이같은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이상 여전히 대중의 기억 속에 남기 어려운 까닭이다.
#계보
한국 토크쇼의 시초는 1980년대 후반 '자니윤 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국 토크쇼 포맷을 빌려온 '자니윤 쇼'는 MC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국내 최초의 토크쇼였다. MC가 단순한 정보전달자가 아닌 MC만의 독특한 이미지와 캐릭터를 갖추고 프로그램 전반의 이끌어 간 것이다. 90년대 초반 등장한 주병진쇼는 게스트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좌중을 사로잡는 재치와 입담이 돋보인 토크쇼였고 요리와 토크를 결합한 이홍렬쇼와 게스트의 집단 토크 경연대회 형식을 도입한 서세원쇼 등이 정통 토크쇼의 계보를 이어갔다.
#몰락 그리고 부활
그러나 서세원쇼 이후 한국 토크쇼는 MC 1인이 주도하기보다는 여러명의 진행자와 출연자가 개인기와 잡담을 늘어놓는 방식으로 변질됐다. 하나의 토크쇼가 아니라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한 코너로 전락했고 시청률을 지나치게 의식해 긴 여운을 남기기 보단 한 순간의 말초적 신경만 자극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것. 결국 '박중훈 쇼' 같은 정통 토크쇼 부활은 집단 MC들의 왁자지껄한 토크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과 철학, 내면적 깊이를 담아보자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래
그러나 토크쇼 부활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우리나라 토크쇼가 가지는 근본적 한계 때문이다. 국내 토크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예인 위주의 방송이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쇼가 연예뿐만 아니라 시사 정치 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깊이 있기 다루는 반면 국내 토크쇼는 유명 연예인을 '모셔놓고' 그에 관한 모든 것을 파헤치는 데에만 급급하다.
시청자는 이런 고정된 패턴에 금세 질리게 되고 돌고 도는 연예인 섭외가 여의치 않게 되면 프로그램 역시 금방 종영되고 마는 악순환이 되풀이돼 왔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그래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는 것. 나경원·박영선·박선영 등 국내 내로라하는 여성 국회의원들을 초대해 눈길을 끌었던 '박중훈 쇼' 제작진은 인기 연예인뿐 아니라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프로그램으로 가꾸어 나갈 것이며 연예인에 대한 비중만큼 시사적인 인물에 대한 비중도 크게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변화가 한국 토크쇼가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진정한 정통 토크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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