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나누는 사람들]호스피스 무료봉사활동

입력 2008-12-25 06:00:00

"죽음 앞둔 환자 돌보며 배우는게 더 많아요"

"갓 돌 지난 아기가 소아암에 걸려 입원한 후 3년을 옆에서 돌봐왔는데 끝내 하늘나라로…." 8년째 호스피스 무료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 문숙자(56)씨는 말끝을 맺지 못했다.

"퇴직 후 삶을 돌이켜 보니 남에게 도움만 받고 살아왔다 싶어 더 늦기 전에 남을 도와주며 살고 싶어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하게 됐죠." 호스피스 회장직을 맡고 있는 우병철(71)씨는 봉사의 즐거움과 보람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올해로 7년째 호스피스를 하고 있다.

"늘 죽음을 가까이 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정작 본인은 기쁜 마음으로 살게 되는 게 호스피스 봉사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9년 경력의 임태식(59)씨는 임종이 가까운 환자들이 찾을 땐 한밤중에라도 달려 나온다.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연명의술(延命醫術) 대신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최대한 베푸는 봉사활동인 호스피스(Hospice)는 '나그네가 쉬어가는 집'이란 뜻이다. 1994년 11월부터 구성된 '대구가톨릭대병원 호스피스회'는 현재 다양한 직업군의 회원 57명이 의사가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죽음을 앞둔 암환자들을 상대로 인간답게 생을 마감하도록 인도하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반적인 자원봉사가 대개 1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 호스피스 봉사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식사보조, 빨래, 미용, 대소변 받기 등 신체적 봉사는 물론 가족 부재시 보호자 역할 등 전인적인 봉사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심지어 장례절차 및 장지까지 동행할 때가 다반사다.

"호스피스활동을 통해 얻는 게 많아요. 삶에 대한 감사, 제 죽음의 준비를 배우게 되는 거죠." 문씨는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남은 삶을 보람되게,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사랑을 다짐하며 회원들은 1년에 한번씩 자신의 유언장을 쓰기도 한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주로 하는 이야기는 내세관이죠. 죽음은 끝장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가족간 화해와 용서를 주선하기도 합니다." 임씨는 사흘정도 생이 남은 환자가 부산에 있는 여동생과의 화해를 기다리며 일주일 정도 이 세상에 더 머문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주변 사람들 중 용기를 못내 봉사활동을 주저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는 우씨는 "일단 봉사를 시작해보면 삶과 이웃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부터 달라진다"고 했다. 이 때문에 봉사를 시작하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가족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회원들은 대개 한 번에 2,3명의 환자를 돌보며 짧게는 서너 달, 길게는 2년 정도 하루 3시간 정도씩 환자와 호스피스로서의 인연을 맺게 된다. 또한 활동은 비단 환자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고 피붙이를 잃은 가족들의 서러움을 가능한 빨리 극복할 수 있게끔 1년에 한 번 꼴로 사별가족모임도 갖고 있다.

호스피스가 되려면 사흘간 기초교육을 받은 다음 8주간 심화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은 주로 환자의 남은 생을 인간답고 질 높은 삶을 유지하면서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도록 돕는데 필요한 소양교육이 주가 되며 이후 선임 활동자와 동반, 약 2달간 실습과정을 거치게 된다. 17일 현재 대구가톨릭대학병원에서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고 있는 환자는 27명이다.

◆영남대의료원 간호부 '백영회'

16일 영남대의료원 간호부 소속 봉사단체인 백영회(회장 정혜란)는 병원 인근의 대구 남구 대명5동에 거주하는 홀로 어르신들 50여명을 찾아 나눔사랑을 펼쳤다. 이날 백영회는 김치 5kg씩을 전달하고 혈압과 혈당 등 건강체크와 질병예방교육을 실시한 후 웃음교실과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갖는 등으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간호부 서동희 부장은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어르신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폈다"면서 "앞으로 환우들뿐 아니라 병원 밖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나이팅게일 정신이 가득 담긴 따뜻한 이웃사랑을 실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소요 경비는 매년 10월 4일에 여는 '1004 데이'바자회를 통해 거둔 기금과 병원 측의 성금으로 충당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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