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친절한 오페라] 전주곡은 막의 내용을 미리 알려준다

입력 2008-12-06 06:00:00

오페라가 시작하기 전에는 관현악곡이 연주되는데, 그것이 서곡이라고 이미 얘기했었다. 하지만 어떤 곡에는 '서곡(序曲)'이 아니라 '전주곡(前奏曲)'이라는 곡으로 시작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즉 비제의 '카르멘' 같은 오페라에서는 막이 올라가기 전에 서곡이 아닌 전주곡이 연주되는 것이다. '카르멘'의 제1막 전주곡은 매우 널리 알려진 곡이다. 얼핏 보면 서곡과 전주곡이 비슷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

한마디로 서곡은 오페라 전체를 수식하는 곡이지만, 전주곡은 다음에 나오는 하나의 막만을 수식하는 것이다. 즉 서곡은 오페라 전체의 서곡이 되는 것이며, 전주곡은 막을 대변하는 것이다. 전주곡은 '프렐류드(prelude)'라고도 하며 독일에서는 '포르슈필(Vorspiel)'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서곡은 오페라 전체를 상징하지만, 전주곡은 다음 막의 내용이나 음악만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러니 한 오페라에서 서곡은 단 하나일 뿐이지만, 전주곡은 막의 수만큼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즉 전주곡은 각 막 앞에 붙어서 제1막 전주곡, 제2막 전주곡…. 이런 식으로 이름이 붙는다. 하지만 모든 막에 다 전주곡이 붙는 것은 아니고, 각 막에 전주곡이 있을 수도 있고 없어도 그만이다. 그리고 오페라의 처음에 시작하는 서곡이 있을 때는 제1막 전주곡은 없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서곡과 제1막 전주곡은 공존하지 않는다.

원래 오페라에서는 오랫동안 서곡이 그 시작을 장식하였다. 그러다가 전주곡이 보편화된 것은 바그너에 들어서였다. 즉 바그너는 자신의 오페라에서 각 막의 내용을 보다 강렬하고 확실히 전달하며 각 막의 분위기를 미리 잡아주기 위한 장치의 하나로서 전주곡을 보편화시켰다.

바그너의 오페라 중에서 '탄호이저'는 길고 멋진 서곡으로 아주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다음 오페라 작품인 '로엔그린'에서는 서곡을 없애버렸다. 대신에 그는 '로엔그린'에서 전주곡을 만들어 넣었다. 즉 전3막으로 이루어진 '로엔그린'에는 각 막의 앞에 각각 전주곡이 붙어 있는 것이다. 제1막 전주곡은 장대하면서도 아름답고 몽환적이다. 이 곡은 소녀의 환상적인 꿈이 이루어지는 놀라운 광경이 나오는 제1막의 내용을 미리 예고하는 역할을 한다. 다음 제2막의 전주곡은 무척 어두운 분위기의 곡으로서, 제2막에 나오는 음모와 불안의 그림자가 표현된다. 마지막 제3막의 전주곡은 깊은 인상의 다이내믹한 곡이다. 폭발할 것같이 시작되는 장대하고 웅장한 사운드는 이 오페라의 감동적인 결말과 피날레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렇듯 전주곡은 각 막의 내용과 음악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며, 각 막을 미리 예견 내지는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이 '로엔그린'의 전주곡의 성공으로 바그너는 이후에 나타나는 자신의 악극들, 즉 '트리스탄과 이졸데'나 '니벨룽의 반지' 등의 작품들에서 막마다 전주곡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즉 바그너의 '탄호이저'에서 서곡의 시대는 끝나고, '로엔그린'부터 전주곡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바그너의 전주곡의 활용은 베르디도 받아들여서 그의 유명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는 제1막 전주곡과 제3막 전주곡이 아주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제1막 전주곡은 프리마돈나의 사랑을 제3막 전주곡에서는 그녀의 죽음을 상징하고 있다.

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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