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심근경색, 당신을 노린다

입력 2008-09-29 06:00:00

"급성 심근경색증, 당신의 심장을 노린다!"

흔히 심장마비로 불리는 급성 심근경색증은 더 이상 전문 의학용어가 아니다. 인기 그룹 거북이의 리더였던 터틀맨이 30대의 젊은 나이에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세상을 떠났고, 코미디언 고 김형곤도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하는 등 '요주의 질환'으로 주목받으면서 상식 수준의 질환이 됐다. 실제 병원엔 중·노년층뿐 아니라 청장년층의 심근경색증 문의와 진료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잘못된 생활습관에 따른 고콜레스테롤, 당뇨, 고혈압, 비만 등 생활 습관병이 주요 원인이다. 세계 심장의 날(10월 5일) 및 심장 수호 주간을 맞아 급성 심근경색증을 발병 원인과 대처 방법 등을 살펴본다.

◆급성 심근경색증이란

심장근육에 신선한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으로 갑자기 막히면서 혈액 공급이 차단돼 심장근육의 조직이 죽는 질병이다. 가슴 안쪽을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흉통이 발생하고 호흡곤란이나 구토 등의 증상도 일으키는데 이 경우 돌연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심장근육은 한번 손상을 받으면 쉽게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심근경색 환자에겐 빠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근경색 발생 후 12시간 내에 병원을 찾을 경우 풍선 확장술, 철망 삽입술이나 혈전을 녹이는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심장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급성 심근경색증에 대한 인식과 관심은 높아졌지만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환자들은 여전히 많다. 노인이나 당뇨병을 오래 앓아온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또는 '속이 체한 듯한 더부룩한 느낌' 등 명확하지 않은 증상을 보일 경우 심장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또 주로 유전적인 경우가 많으나 계란 노른자위 등 알 종류, 오징어, 새우 등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즐기는 식생활 습관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평소 심장병 위험인자를 줄일 수 있는 생활 습관을 가지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고콜레스테롤 혈증(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 혈증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혈관인 '관상동맥'에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는 관상동맥질환은 혈관에서 발생하는 동맥경화증 때문인데,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과 같은 이물질이 쌓이면서 염증을 일으키고 혈관의 내경(안쪽 지름)을 줄이는 등 혈관 탄력을 떨어뜨려 혈관 내부를 점점 좁게 만드는 것이다. 동맥경화증으로 혈관이 좁아지면 심장에 혈액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해 '허혈 상태(국부적인 빈혈 상태)'가 되고, 이 때문에 협심증이 생기게 된다. 또 동맥경화증이 있는 혈관벽에서 균열이 발생해 기름찌꺼기가 혈중에 노출되면서 혈전이 형성되고 결국 혈관을 완전히 막아버리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이상지질혈증은 엄격한 식이요법을 통한 관리가 가장 중요하고 약을 먹을 필요도 있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마른 체형의 사람에게도 발생하는 만큼 방심해선 안 된다.

◆고혈압과 당뇨

고혈압을 장기간 방치하면 고지혈증과 마찬가지로 혈관 내피에 손상을 입혀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문제는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27.9%가 고혈압 환자이고 30.4%는 고혈압 전단계 상태라는 보고가 있는 등 성인 절반 이상이 고혈압의 위험을 안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혈압 환자 25% 정도만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통계도 있어 동맥경화증으로 진행할 우려가 있는 대상이 적잖은 실정이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35~140㎜Hg, 이완기 혈압 85~90㎜Hg 이상일 경우로, 평소 자신의 혈압이 어느 정도인지 관심을 가지고 검사해 위험 수위라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도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심장혈관과 관련된 합병증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평소 당화혈색소 등을 체크해 혈당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및 흡연

스트레스로 인해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지면서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돼 갑작스레 혈압이 높아지고 좌심실이 비대해져 허혈성 심장질환이 발생하기도 하고, 이런 흥분 상태가 급성 심근경색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순 없지만 건전한 여가 활동, 규칙적인 운동 및 취미 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최소화하는 게 좋다. 흡연도 동맥경화증을 악화시켜 돌연사에 이르게 하는 주범이다. 담배를 피우면 혈액 내 산소 농도가 감소하고 혈관 수축물질이 분비돼 관상동맥을 좁게 해 혈액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는 것. 또 혈전을 응고시키는 데 관여하는 피브리노겐이 혈액에서 증가, 심근경색증의 위험도를 높이기도 한다. 흡연을 할 경우 혈관을 확장시켜주는 '산화질소(NO)'라는 물질의 분비능력도 감소하게 돼 동맥경화증을 일으킬 수 있다. 비만과 과체중도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는 만큼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허승호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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