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현재 대학진학률이 84%로서 세계 초유의 수준에 이르렀다. 대학이 소수의 엘리트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화된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그 역할이 변화한 것이다. 그래서 대학은 더욱 다양화되고 차별화된 사회의 인력 수요에 부응해야 한다. 그 대가로 보편화된 고등교육을 받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국민들의 학비부담이 연간 1천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대학은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서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키는 데 대한 보상을 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신입사원 재교육비용이 2년에 평균 1억5천만 원 정도 든다고 한다. 이는 대학교육이 잘못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대부분의 대학들은 천편일률적인 교육의 목표와 편제에 따라 비슷한 내용과 방식의 교육을 반복해왔다. 공급자 중심의 대학으로서 '싫으면 관두라'는 식의 안일함에 젖어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사회의 요구에 무관심한 채 안주해온 것이다.
물론 잘못의 일차적인 책임은 전국의 대학 스스로에게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시스템을 이렇게 만들어 온 것은 국가의 고등교육 정책의 잘못도 한몫하고 있다. 교육관련 정부부처의 소위 대학에 대한 규제는 직접적 규범제시 외에도 재정지원사업을 통한 가이드를 통해 대학의 정책방향을 절대적으로 이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의 기능을 교육·연구·사회봉사 등으로 나누고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교육이다. 그러나 정부부처나 사회와 언론이 대학을 평가할 때는 연구의 수월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교육의 수월성이 저평가되고 있다. 소위 연구중심대학이냐 교육중심대학이냐를 물으면 전국의 4년제 대학 200여개는 모두가 연구중심대학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정부와 대학당국이 교수의 연구성과에 대해서만 지원하려 하는 이유다.
물론 세계수준의 대학이 우리나라에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선진국에서와 같이 연구중심의 대학과 교육중심의 대학이 서로 다른 평가지표로 평가돼 각각 세계수준의 대학이 필요한 것이다. 연구중심의 대학이 되려면 학부생보다는 대학원생의 수가 더 많아야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4, 5개를 넘기가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4년제 대학은 산업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중심의 대학이 돼야 하는 이유다.
교육혁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본보기가 되고 있는 일본의 어느 대학에서는 '교수에게 연구는 사명이고 교육은 책무이다'라는 구호를 설정하고 있다. 대학은 사회에서 연구의 중심이 되는 것도 중요하되 교육은 기본적 의무임을 천명한 것이다. 각 대학은 그 특성에 맞게 교육의 목표와 편제,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차별화해서 다양한 현실의 필요에 특화해야 한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들이 대안교육으로 특화해서 전국적 관심과 학생을 모으듯 대학도 그렇게 가야 한다. 이미 외국에서는 그러한 사례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급변하는 사회경제 변화에 대학 졸업생들이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외국어·논술·컴퓨터 등 기본 소양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전공 교육은 교육인증제도를 도입하여 국내 및 국제적으로 그 교육의 내용과 수준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산업과 사회로부터의 교육수요를 확인하여 교육내용에 정기적으로 피드백해야 한다. 또 사회 변화의 방향을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대학생활을 마치는 학생들이 없도록 대학이 학생들의 개별 상담 및 진로 지도를 강화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 수요의 변화 흐름을 파악해서 학생들에게 일대일 밀착 지도를 일상화해야 할 것이다.
대학들은 힘들더라도 오늘날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혁신이라는 이 벅찬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며, 사회도 대학의 이런 노력을 지켜보면서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용두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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