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학교 자율화' 이후 대구의 중·고교들의 학력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암암리에 치르던 사립고뿐 아니라 공립고들도 사설학원 모의고사를 치르는가 하면 고교보다 학교 간 경쟁이 덜했던 중학교들도 점수 올리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상당수 중학교들이 과거에 없던 사설 모의고사를 치를 예정이고 0교시나 주요과목(국·영·수·사·과)을 위주로 보충수업을 강화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너도 나도' 사설 모의고사=대구시교육청은 지난 4월 말 학교자율화 세부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금지됐던 사설 모의고사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고교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나 시·도교육청 주관의 학력평가(모의고사) 외에 사설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다.
지난해까지 사설 모의고사를 치르지 않았던 경북고는 올해 1, 2학년의 경우 한 학기에 1차례씩, 3학년은 한 학기에 2차례씩 시행 원칙을 세웠으며 이미 1학기 때 사설 모의고사를 치렀다. 이경택 교장은 "학생들이 여러 유형의 시험을 접해보면 좋을 것 같아 사설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다"며 "한 학기에 1, 2차례 예정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공립고들도 지난 1학기 때 최소한 1차례 이상의 사설모의고사를 치렀다.
일부 사립고는 매달 사설 모의고사를 치르는 바람에 학생들이나 학부모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수성구의 A고교 등은 기말고사와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있었던 지난 6월 초에도 사설 모의고사를 강행, 한 달에 3차례나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사설 모의고사 열풍은 고교뿐 아니라 중학교까지 확대되고 있다. 북구 침산중학교는 지난 8월 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10월 14, 15일 시행 예정인 학업성취도평가에 앞서 10월 초쯤 사설 모의고사를 치르기로 했다. 학생들의 실력을 자체 평가하고 학생들에게 긴장감을 주려는 이유에서다. 달서구와 수성구, 달성군 등의 일부 중학교들도 10월 초쯤 다른 학교들이 치르는 날짜에 맞춰 사설 모의고사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학교도 성적경쟁 치열=특히 주목되는 점은 중학교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학교들은 학업성취도평가 등을 앞두고 성적 올리기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달성군의 A중학교 등은 올해부터 6교시 정규수업을 마치고 주요과목을 중심으로 1시간 정도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
'0교시' 수업을 하는 중학교들도 차츰 늘고 있다. 달서구 B중학교는 1학기부터 정규수업 전인 오전 8시30분부터 30분 동안 EBS방송을 듣게 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 때에는 많은 중학교들이 종합반 형태의 보충수업을 진행했다.
북구 C중학교 교장은 "수성구 학교들에 비해 학생들의 성적이 낮고 사교육에 큰 돈을 들이기 어려워 학교에서 공부를 많이 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학부모들도 이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2010년 학교정보공시제 시행을 앞두고 각 학교들은 성적을 높이는 것만이 학교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 대구지부 천재곤 사무처장은 "한 학교가 앞장서면 인근의 학교들도 비슷하게 움직이거나 강도를 높여 결국 끝없는 무한 경쟁과 파행적인 교육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요즘에는 중학교까지 입시 체제로 변하고 있어 초교까지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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