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수집으로 생계를 잇는 김모(61·대구 수성구 황금동)씨는 요즘 들어 더 이상 폐지나 종이상자를 찾지 않는다. 대신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 골목, 학교, 관공서 등의 폐품장을 찾아다니며 내다버린 컴퓨터가 있는지 훑는다. 고물상을 방문해 중고 컴퓨터가 있는지 살펴보는 일도 잊지 않는다. 두달 전부터는 아예 1t 트럭까지 구입해 고물 컴퓨터를 싣고 있다. 김씨는 "운만 좋으면 하루에 수십대도 거뜬히 수집할 수 있다"며 "주운 컴퓨터를 수리점에 팔면 하루에 10만~20만원도 번다"고 했다.
버려진 '폐 컴퓨터'가 귀하신 대접을 톡톡히 받고 있다.
못 쓰는 컴퓨터를 수리해 해외에 수출하는 전문 중고상들이 대구에도 속속 생겨나면서 고물일 때보다 몸값이 2배 이상 뛰는 바람에 너도나도 폐 컴퓨터 수집에 나서고 있다. 이들 컴퓨터는 수리 과정을 거쳐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주로 수출되고 있다.
이들 업체가 폐 컴퓨터 한 세트(본체+모니터)를 사들이는 가격은 8천~9천원대에서부터 상태가 좋을 경우 몇만원까지다. 4, 5년 전에 출시된 펜티엄 3·4가 주종이다. 수성구에서 중고컴퓨터 수출점을 운영하는 김상진(45) 사장은 "시민들이 내다버리는 컴퓨터가 우리들에게는 큰 수입원"이라며 "중고 컴퓨터 수출업체가 대구만 수십곳에 이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월 500여대의 컴퓨터를 고쳐 동남아로 수출한다.
폐 컴퓨터가 돈이 되면서 트럭까지 동원하는 전문 수집상까지 등장했다. 폐지 수집으로 용돈을 벌던 이모(66) 할아버지도 3개월 전부터 컴퓨터 찾기에 나서고 있다. 이씨는 "폐지는 하루종일 주워도 몇천원이지만 컴퓨터는 한대만 주워 팔아도 8천~1만원은 거뜬히 받는다"고 했다.
너도나도 버려진 컴퓨터를 찾으면서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달서구 월성동 일대를 돌며 폐 컴퓨터를 수집하는 이모(51) 씨는 "요즘은 오전 5시쯤부터 주택가 전봇대나 재활용 쓰레기 집하장 등을 돌지 않으면 폐 컴퓨터를 못 구할 정도"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