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봉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입력 2008-09-22 06:00:00

로봇.항공우주.신재생에너지 대구.경북 미래형 선도산업

한국산업단지공단은 24일 대구 성서산업단지에서 메카트로닉스 클러스터 현판식을 갖는다. 산업단지 클러스터는 종전 국가산단 7개소만 지정됐으나 지난해 지방 산단 가운데 성서·오창 등지가 시범단지로 지정됐고, 이날 현판식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첫발인 셈이다.

지난달 1일 부임한 박봉규 이사장은 마침 대구정무부시장을 지내 2달여 만에 대구에 첫인사하는 행사가 된다. 그간의 소회를 들어보기 위해 한국산단공의 업무를 파악하고 비전을 만드느라 바쁜 박 이사장을 찾았다.

구로구 구로동 키콕스벤처센터. 한국산단공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중심에 위치해 있었다. 자연스레 구로공단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놀랍게 바뀐 것이 화두가 됐다. "70, 80년대 산업화의 중심이었던 서울 구로공단은 이제 없습니다. 대신 IT산업으로 무장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있죠. 입주기업 300여개에 3만여명이 근무했던 구로공단은 입주기업 7천500여개에 10만명이 일하는 서울디지털단지가 됐어요. 유동인구만 30만명에 이르죠.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입니다."

박 이사장은 그러면서 "서울이 참 부럽다"고 했다. 2년여 대구시에 근무했다고 벌써 서울이 낯선 모양이다.

대구 구미 포항이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것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그는 걱정부터 했다. 지금 당장은 공장 땅이 부족하지만 대구·경북에서 동시에 국가산단을 3개나 만들다 보면 공급 과잉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입지 수요를 잘 따져봐야 합니다. 필요하면 한꺼번에 국가산단을 조성하지 말고 입지 수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해요. 대구에는 국가산단 이외에도 성서5차산단과 현풍 테크노폴리스, 동구 혁신도시도 조성 중이잖아요." 기업 유치 전략이 없는 한 봇물을 이루는 산업단지 조성이 되레 대구·경북의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으로 들렸다.

대구부시장으로 일하면서 못다한 일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지 물었다. "부시장 퇴임식 때 말했지만 처음 대구에 내려갈 때 대구 경제를 살리고 대구시 공무원의 의식 전환을 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첫 고향 근무라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어요. 그러나 대구 경제도 살리지 못했고, 공무원 의식 전환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지요. 다만 개인적으론 보람된 경험이었습니다. 지방 행정의 현실을 체감했고,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꼈어요. 대구가 지식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경제자유구역청이 생긴 것이 성과라면 성과입니다."

한국산단공은 670개 산단 가운데 국가산단 23개 등 43개 산단을 관리하는 거대 기관이다. 2012년이면 대구 혁신도시로 이전하게끔 돼 있다. 박 이사장은 "한국산단공이 제때에 차질없이 대구로 이전하도록 착실하게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5+2 광역경제권 육성 방안에 대해 박 이사장은 불만족을 표시했다. "대구에는 모바일보다 메카트로닉스가 더 중요합니다. 로봇산업과 항공우주산업 등이 선도사업에서 빠진 것은 잘못됐어요. 에너지클러스터에 목을 매고 있는 경북도 녹색산업이 빠져 허탈할 것입니다. 신재생에너지가 빠진 에너지클러스터는 미래형이라고 할 수 없지요. 지금이라도 대구·경북이 합심 노력해 제대로 된 메카트로닉스 도시, 에너지클러스터를 만들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산단공은 정부의 광역경제권 정책에 맞춰 산업단지 클러스터의 추진 체계도 광역단위로 재편할 계획이다. 구미&성서, 창원&녹산 형태다. 박 이사장은 "잘 개발하면 전자산업이 발달한 구미산단에서부터 칠곡, 경산, 대구에 부품업체들이 밀집해 있고 이러한 연결이 마산까지 연결돼 대구·경북·경남을 아우르는 광역경제권이 형성된다"며 "결국 산업단지가 광역경제권 형성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소탈한 성격의 박 이사장은 지식경제부 출신으로서 첫 광역시 부시장을 지냈다. 또 이명박 정부 초기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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