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브랜드 전략 '中企스럽게' 짜라

입력 2008-09-17 08:57:32

"품질이 뛰어남에도 제품이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 받는'중소기업 디스카운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어진 조건에 적합한 브랜드 구축 전략이 필요하다."

류한호 삼성경제연구소 상무가 17일 호텔제이스에서 열린 '21세기대구경제포럼'제130차 세미나에서 '브랜드 약자의 브랜드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류 상무는 "브랜드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접근을 모두 실행하려 한다거나, 자원 부족으로 어떤 전략도 실행하기 어렵다는 극단적 사고를 버리고 주어진 조건에 적합한 브랜드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은 브랜드 약자

중소기업은 제품력이 있어도 브랜드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거나 도태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인지도·선호도·신뢰도가 부족한 대다수 중소기업은 브랜드 약자이고 브랜드 관리역량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올해 초 삼성경제연구소 설문에 따르면 중소기업 CEO의 87%가 '브랜드력이 취약하여 손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했으며 취약한 브랜드력 때문에 제품 가격을 제 값 대비 평균 64%밖에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제조, 브랜드를 갖지 않거나 있더라도 신뢰도 및 선호도가 낮아 시장에서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 받는 '중소기업 디스카운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자기 회사와 상품을 알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홍보마케팅 전략(28%)을 가장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신규 브랜드를 인지시킬때 사용하는 물량공세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소기업 관점의 브랜드 전략 필요

#제품의 특정 기능을 강조·차별화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이슈화하라

소비자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기능이 사실은 제품의 핵심 기능임을 부각시켜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존 업체들은 제기된 이슈에 대해 거센 반발을 하지만, 안으로는 이슈화된 속성을 추가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파스퇴르 유업(저온우유를 이슈화), 카스(기계식 저울의 문제점 부각 → 전자저울 시장 개척), 쿠쿠(자체 브랜드 전환 후 대대적 광고, 대기업 능가하는 기술력 확보) 등이 있다.

#소비자들이 감성적 차별을 느낄 수 있는 가치를 추가, 이를 업계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하라.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선입견과 관성을 타파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정서적 가치인 브랜드 자부심, 만족감, 향수 등을 제공하는 전략이다.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창의적 이벤트 및 광고를 해야 한다.

비락은 콜라, 사이더 등 탄산음료가 주종을 이루던 시장에서 어린 시절 전통음료에 대한 애착과 향수가 있는 고객층을 겨냥해 식혜, 수정과를 캔에 담아 큰 호응을 얻었다. 국순당의 백세주(구기 백세주 설화 인용, 보신탕과 어울리는 음식 광고), 소망화장품의 꽃을 든 남자(중저가 남성 화장품 시장 개척), 좋은 사람들의 보디가드(속옷의 패션화) 등이 좋은 사례다.

#기능을 차별화해 영향력 있는 빅마우스(big mouth)를 매개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라.

다수 최종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결정에 영향력 있는 빅마우스를 활용해 브랜드 노출 빈도, 호평을 증가하는 전략이다. 빅마우스는 해당 브랜드가 일반 대중에게 노출되는데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평가가 많은 사람들의 구입 결정을 좌우하는 사람을 말한다.

헤어 드라이어 생산업체인 유닉스 전자는 미용실과 같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적극 공략, 효과적으로 브랜드를 노출시켰다. 그 외에도 오스템임플란트(교육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고객을 유인), 잘만테크(얼리 어답터의 넷소문 효과) 등이 있다.

#소상공인들이 제공하기 어려운 정서적 가치를 추가, 외부(중개자)와의 협력 계약으로 브랜드 노출을 증가시켜라

소상공인들의 가격경쟁이 치열한 저가시장을 타깃으로 새로운 정서적 가치를 추가시키고 대리점 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늘려 브랜드 노출을 증대시키는 전략이다. 다수의 대리점 또는 가맹점을 확보, 소비자와의 접점수를 증가시키는 것은 로열티 높은 빅마우스를 확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교촌치킨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닭의 부위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 부위별로 판매하는 '부분닭'을 최초로 판매,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밖에도 놀부(표준화된 놀부의 맛), 까사미아(가구 판매를 넘어 공간을 판매), 이브자리(소상공인 시장에 브랜드를 도입하여 신뢰 부여) 등이 있다.

류 상무는 "기업 CEO는 브랜드 라이프싸이클 전반에 걸쳐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출시단계, 운영단계, 성숙단계별로 브랜드 전략을 짜고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력을 축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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