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대출대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 막대사탕을 내밀었다. 멋쩍은 미소를 머금은 채 내게 사탕을 건넨 그 학생은 거의 매일같이 도서관을 찾는 단골손님이었다.
처음 이 학생이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려 했을 때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학생증을 분실했던 그 학생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 위해 또렷한 입모양으로 내게 학번을 말했었다. 하지만 그 말소리가 너무나 작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다시 한 번 학번을 말해달라고 했고, 그 학생은 좀 더 또렷한 입모양으로 학번을 말해주었다. 그러나 역시 들릴 듯 말 듯하여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곳이 도서관이다 보니 조용하게 말한다고만 생각한 나는 그 학생이 가방에서 볼펜과 메모지를 꺼내 학번을 적어주자 비로소 청각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순간 몇 번이나 학번을 되물었던 것이 미안했었다.
그 후 나는 그 학생이 다시 도서관을 찾을 때 일일이 이름과 학번을 적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학생의 얼굴과 함께 학번과 이름을 외워버렸다.
그리고 며칠 뒤, 그 학생이 다시 도서관을 찾았을 때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그 학생 앞으로 책을 대출해주었다. 메모지를 꺼내려든 그 학생은 순간 놀란 얼굴을 하다가 이내 내가 자신의 이름과 학번을 기억해주었다는 것을 알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몇 번이나 꾸벅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었다.
도서관 사서인 내 입장에서는 직업상 작은 관심을 가졌을 뿐인데 그렇게 고마워해 주니 살짝 민망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 역시 고맙고 기분이 좋았다. 그 후 그 학생과 나는 책과 사탕을 주고받으며 소리없이 기분 좋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우리가 열광했던 중국 베이징에는 지금 장애인올림픽인 패럴림픽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경기를 중계해주는 방송국은 한 곳도 없다. 분명 배드민턴 이용대 선수의 윙크보다 더 짜릿한 장면도 있었을 것이고, 역도의 이승배 선수의 투혼보다 더 진한 투혼도 있었을 것인데 말이다.
그저 뉴스나 신문을 통해 메달소식을 간간이 들을 뿐이다. 방송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패럴림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은 찾아 볼 수 없다. 올림픽에서 보여주었던 뜨거운 열기는 다 어디로 갔는지 의아할 뿐이다.
이제 17일이면 패럴림픽도 막을 내린다. 내가 학생과 나눴던 기분 좋은 소통을 생각하면 패럴림픽에 대한 지금의 무관심이 참으로 아쉽고 씁쓸할 따름이다.
대구산업정보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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