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유임 강수…'대통령과의 대화'로 마무리 노려

입력 2008-09-09 09:53:41

이명박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종교 편향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등 추석 민심 잡기를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불교계가 요구해온 어청수 경찰청장 경질은 고려하지 않고 있어 불교계와 국민들이 국무회의와 이날 밤 TV로 생중계되는 '대통령과의 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불심(佛心) 잡기'를 위해 먼저 종교 정책 주무 장관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워밍업했다. 유 장관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조계종이 밝힌 26가지 종교 편향 사례를 알고 있느냐"는 성윤환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공직 사회에서 충분히 오해를 일으킬 만한 사례가 일어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공무원의 종교 편향을 금지하는 공무원복무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불교계에 대해 사과 수준의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대통령과의 대화'에서도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 등을 통해 다시 한번 불교계에 머리를 숙일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하루 만에 2번이나 유감을 표명하는 셈이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거듭된 유감 표명으로 '공식석상에서 사과하라'는 불교계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만하면 됐지 않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사과냐 유감 표명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진정성 아니냐"고 반문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어 경찰청장은 종교 편향 조치에 직접 관여한 적이 없고, 그동안 수차례 사과한 점과 경찰의 사기 등을 고려해 경질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대해 불교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불교계 요구의 핵심이 빠졌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불교계의 물밑 접촉 기류도 감지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불교계가 어 청장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시제(時制)가 지난 것 아니냐"며 '경질을 요구했었으나 지금은 아니다'란 뉘앙스를 풍겼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과 대화'에서 ▷쇠고기 파문 ▷독도 영유권 문제 ▷9월 경제위기설 ▷부동산 대책 ▷세제 개편안 ▷행정구역 개편 ▷저탄소 녹색 성장 등 20여 가지의 핫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이를 통해 민심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청와대의 전략이다.

이 같은 계획은 9월 위기설이 미국 정부가 모기지 업체에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 계획을 밝히면서 설(說)로 끝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주변 여건의 호전으로 일단은 순조로워 보인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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