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도전에 직면한 개성공단 사업

입력 2008-09-09 06:00:00

평화.경제협력 전략적 가치/정부, 직간접적인 지원 필요

당국 간 관계의 경색이 길어지면서 남북 상생과 공영의 상징으로 규정해도 모자람이 없는 개성공단사업이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핵 실험 이후의 모진 폭풍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개성공단이 이제는 남북 당국 간의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게 생긴 것이다.

적지 않은 대구, 영남 지역의 섬유업체들도 이미 입주해 있는 개성공단 1단계 3.3㎢에는 지금 72개 기업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51개 기업이 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06년 이후 4억달러어치의 물건이 북측 근로자들의 손에 의해 생산되었고 이 가운데 30% 가까이가 외국에 수출되었다. 북측 근로자는 3만3천명을 넘어섰다. 이런 높은 수치들은 개성공단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3통(통행, 통관, 통신) 문제의 미해결, 노무관리의 자율성 부재 등 여러 어려움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에게는 한번 도전해볼 만한 기회의 땅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북한의 노동력과 토지가 결합해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개성공단 사업은 현 수준의 남북관계에서는 최적의 경협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에게 저렴하면서 양질의 북한 근로자는 저비용 고수익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경쟁력의 원천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이 북측 근로자 수급문제가 난관에 봉착했다. 당장 몇 개월 남지 않은 올 연말까지 40여개 기업이 입주해 북측 근로자 8천여명을 고용해야 하지만 경색 국면이 길어지면서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일찌감치 공장을 짓고 근로자를 확보한 입주기업들은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문제는 최근 입주한 기업이나 올 연말에 공장 준공을 앞둔 입주 대기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모든 재산을 투자하다시피 한 중소기업인들이다. 공장이 준공되면 바로 설비를 가동시켜 물건을 생산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게 생겼다. 상당수 기업들은 해외 바이어로부터 제품 생산 주문을 이미 받아 놓은 상태라, 근로자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생산이 미뤄지면 주문계약 취소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해외 바이어가 등을 돌려 버리면 다시 신뢰회복을 하는 데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에게는 버거운 짐이다. 그래서 입주기업들은 청와대와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등으로 현 정부의 운신의 폭이 커지 않은 탓으로 관망만 하고 있는 상태다.

근로자 추가 제공문제는 숙소건설 비용 문제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개성 시내 및 인근 지역으로부터의 근로자 확보가 한계점에 다다른 탓에 원거리 외지에서 근로자들을 불러와 일을 시키려면 이들의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숙사를 건설하는 게 필요하다. 지난 정권에서는 우리 정부가 기숙사를 지어주기로 약속하고 남북협력기금 1천100억원을 확보해 놓았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당국 간 대화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하면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 핵문제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같은 악재 속에서 대규모의 기금을 지원해 근로자 숙소를 지어주는 것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숙사 설계부터 준공까지는 최소한 1년 반에서 2년이 걸린다고 한다. 하루가 급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애간장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이제 개성공단은 시장논리에 맡겨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북한과 같은 미성숙시장에 투자하는 중소기업들에게 갑자기 정권이 바뀌었다 해서 정책을 바꿔 스스로 알아서 살아보라는 정부의 태도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남북 간의 첨예한 군사적 대립지역에 자리 잡은 개성공단은 이제 갓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 어린아이에 곧잘 비유된다. 그렇다고 보호자 없이 그냥 내버려 두어도 혼자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지는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개성공단이 남북 간 평화와 경제협력에 미치는 전략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아직은 정부의 직간접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지원과 관련해 국민들의 뜻을 물어서라도 빠른 시간 안에 지원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개성공단에 들어간 남한 중소기업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서둘러야 한다.

임을출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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