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차도 없애야죠."
이동호(31·대구 북구 복현동)씨는 지난달 자신이 몰던 소나타 차량을 폐차했다. 중고차를 구입해 3년 이상 타다 보니 고장이 잦아 올 들어 수리비로 80만원이나 들었기 때문. 이씨는 "빠듯한 생활에 차를 아예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늘어나는 '생계형 폐차'=고유가에 불경기가 겹치면서 폐차 대수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월 평균 5천600여대에 불과했던 대구경북의 폐차 대수는 지난해 연말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올 7월에는 9천600여대 수준까지 늘어났다. 7월 한 달 폐차 대수만 따지면 지난해 같은 기간(5천400여대)에 비해 80%가량 증가했다.
가장 큰 원인은 차량 유지비를 견디지 못한 '생계형 폐차'가 늘었기 때문. 비싼 기름값에다 수리비까지 감당해 가며 중고차를 보유하기보다는 아예 폐차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운전자들이 많다.
또 다른 이유는 고철값 상승으로 폐차할 때 받는 보상금이 늘어난 덕분이다. 한국자동차폐차업협회 대경지부 김달수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폐차 직전의 중고차를 사들여 후진국으로 수출하던 업자들이 이젠 폐차를 선택하고 있다"며 "고철값 상승으로 1대당 20만~30만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폐차장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5일 낮 12시쯤 대구 달서구 장기동의 한 폐차장. 문짝과 바퀴, 엔진 등 부품을 모두 떼어낸 채 골격만 앙상하게 남은 차량들이 '용도폐기' 과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한종합폐차장 조병관 사장은 "하루에 처리 가능한 차량 대수가 15대에 불과하지만 지금은 일거리가 폭주해 폐차 차량들이 마당에 쌓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폐차장 주인들의 얼굴은 밝지 않다. 지난달부터 고철값이 하락세로 돌아선데다, 대형 제철소에서도 고철물량을 받아주지 않아 더 이상 재고를 쌓아놓을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 조 사장은 "현재 쌓아둔 고철만 해도 차량 600여대(260여t) 분량이 된다"고 걱정했다. 고철은 연중 최고 시세가 ㎏당 670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300원 선으로 뚝 떨어졌다.
◆불법 업체 주의보=최근에는 불법 폐차대행업체가 난립하면서 시민들이 낭패를 당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시외 도로 곳곳에 '폐차 대행, 수수료 없음'이라고 써 붙인 차량 광고물이나 벽보를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허가받지 않은 불법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폐차를 대신해주겠다고 차를 가져가서는 중고차로 팔아버리거나 대포차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폐차업협회 관계자는 "얼마 전 구미에 사는 한 운전자가 대행업체에 폐차를 맡겼다가 차량등록 말소가 되지 않고 중고차로 둔갑해 팔려나가는 바람에 60만원 상당의 자동차세를 낸 사례가 있다"고 했다.
폐차를 원하면 한국자동차폐차업협회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가까운 업체에 전화하면 견인차로 차를 가져가고, 원할 경우 차량말소등록까지 해준다. 처리비용은 무료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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