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소기업, 사업전환으로 재도약하라

입력 2008-09-08 08:26:13

#대구 성서공단내 삼익THK는 예전 '삼익 쌀통'으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삼익THK는 지난 1960년대 다듬질 공구인 공업용 줄로 창업한 뒤, 70년대 쌀통을 크게 히트시켰다. 이 회사는 80년대 다시 한번 변신을 시도했다. 공장자동화 바람이 불 때 직선운동시스템 사업에 뛰어든 것. 이 사업을 회사 주력품목으로 성장시켜 현재 대표적인 직선 운동분야 전문생산업체로 탈바꿈했다.

#대구지역 자동차부품업체인 에스엘은 70년초 주력상품을 자전거부품에서 자동차 램프로 바꾼 뒤 자동차 본고장 미국에서도 알아줄 정도로 도약했다. 60년대 자전거 수출 호황으로 자전거 부품만 해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었지만 과감히 차부품 개발에 도전한 것. 현재 전세계 21개 공장에 6천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에스엘은 계열사를 포함한 회사 전체 매출이 지난해 1조3천억원을 기록, 지역 최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역의 대표적인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두 기업의 공통점은 사업전환을 통한 변신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사업전환을 하는 지역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업종전환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중소기업이 점차 나타나고 있는 것.

중소기업진흥공단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지역의 사업전환기업은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60개 업체에 이른다. 특히 올들어서만 28개 업체가 '업종전환', '업종추가', '품목추가' 등 3가지 형태로 사업전환을 신청해 지원을 받게 됐다.

사업전환지원사업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업종의 사업에서 새로운 업종의 사업으로 전환을 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인수합병에 관련된 사업전환 절차를 간소화하고 자금, 컨설팅, 정보제공, 세제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효과적이고 성공적으로 사업전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대구지역 섬유업체인 랍샥은 나일론 원단을 수출해 오다 장뇌홍삼식품제조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원단 수출을 위해 만난 외국 바이어들에게 인삼 제품을 선물하곤 했는데, 반응이 좋은 것을 보고 아예 직접 관련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이 업체는 내년 매출 200%, 고용 100%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 측은 "섬유 수출이 중국의 저가 공세로 매출액과 수익성이 계속 떨어져 고민하다가 변신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백열전구 생산업체인 일광은 중국산 저가품의 수입증가로 경쟁력이 약화됨에 따라 새로운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형광램프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신기술 광원으로 주목받는 외부전극 형광램프를 주력 상품화하기 위해 사업전환계획을 추진한 것. 일광은 45년동안 백열전구만 생산해오다가 오스람, 필립스 등 다국적기업들이 국내 램프시장을 장악하면서 변신을 결심했다.

포항지역 세화엠텍은 기계 부품 도소매 회사로 시작해 하청업체에 아웃소싱을 주는 형태로 대기업에 산업기계류를 제작, 납품해왔다. 하지만 인건비의 상승으로 제작 단가는 높아가는 반면 대기업들의 원가절감에 따른 입찰가격은 하락했다. 이에 따라 고민을 하던 중 기존의 영업체계를 고수하면서 생산을 직접해 납품하는 쪽으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이 업체는 또 이산화탄소 저감기술개발에도 뛰어들어 앞으로 매출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대구경북본부 구조고도화센터 송진수 부장은 "사업전환지원제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경영환경 변화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중소기업들이 고부가가치형 업종이나 품목으로 사업전환을 유도해 새로운 살 길을 열어주기 때문에 기업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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