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민(40)씨는 하루종일 '쇳소리'를 귀에 달고 산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귓속 '고주파 전파음'은 쉼없이 울려 댄다. 처음엔 이러다 말겠지 했지만 벌써 3년째. 심할 땐 귓속에 말매미 한 마리가 들어앉아 울어대는 것처럼 견디기 힘들 정도다. 특히 주변이 조용하거나 잠잘 때,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절정에 이른다. 최씨는 "귀에 큰 문제가 생긴 게 아닌 지 걱정이 돼 병원을 찾았다가 '고막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고 내이를 다친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고막 안을 검사하자니 겁이 나고, 그냥두자니 불안하고 찜찜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잉~, 윙~, 찡~'
귓속에서 하루종일 울려대는 '쇠 깎는' 소리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바로 '이명(耳鳴·귀울림)'이다. 외부에서 나는 소리가 없는데도 귀 속이나 머리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이다. 병원에 가자니 별거 아닌 것 같고, 놔두자니 청각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지 걱정돼 속만 태우기 일쑤다. 병원에 가봐도 분명한 게 없다. 병인지 아닌지, 원인이 뭔지, 치료할 수 있는 건지, 놔둬도 괜찮은 지 답답하기만 하다. 정체불명의 이명, '귀의 날(9월 9일)'을 맞아 파헤쳐 본다.
◆이명도 질병인가
이명은 외부의 소리와 관계없이 몸 자체의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생기는 자각적인 귀울림 현상을 통칭한 말이다. 다시 말해 이명은 현상이지, 질환 자체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이비인후과, 정신과, 한의학 등 여러 영역에서 이명에 대해 연구, 치료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현재로선 이명이 나타나는 각각의 원인에 따라 개별 질환으로 보고 치료 및 접근 방법도 달리한다. 이명은 크게 외이, 중이, 달팽이관 등 귀 자체에서 생기는 경우와 귀 주위의 혈관성 질환이나 청신경 및 중추 신경계통에서 생기는 경우로 나뉘는 게 보통이다. 흔히 관찰되는 질환은 외이도염이나 귀지로 인한 귀울림증, 중이 내의 근육이나 목 근육의 미세 경련 등으로 생기는 경우다. 전체 인구의 17% 정도가 크고 작은 이명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물이나 바람, 매미, 기계, 형광등 소리 등이 대표적인 이명 증상이다.
◆이명, 왜 생기나
귀 자체 이명의 원인으로는 항생제, 항결핵제, 아스피린 등 아미노글라이코사이드 계열의 약물로 인한 달팽이관 내 신경 세포 손상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순음 청력 검사상 고음 영역의 난청이 동반되는 게 보통이다. 또 소음에 의한 청신경 세포 손상도 있다. 공장의 프레스 소음이나 큰 기계 소음, 총소리를 비롯한 스피커나 이어폰 등도 이명의 원인이다. 보통 사람의 귀는 80dB 정도의 큰 소음에 대해선 고막과 이소골에 연결돼 있는 작은 근육(등골근)의 보호 작용으로 소리를 줄여서 전달하는 등 충격을 완화하지만 소음이 장시간 지속되거나 전투기, 폭발음 등 근육이 감당하기 힘든 큰 소음에는 속수무책인 것. 귀 외적인 원인으로는 고혈압, 당뇨, 신장질환, 심장병, 갑상선 등 호르몬 이상에 따른 경우도 있다. 넘어지거나 부딪히거나 맞는 등 외상성 충격에 의한 이명도 있는데 청신경 세포 손상이나 귀 주위의 크고작은 혈관의 동맥경화, 동-정맥 누관, 부정맥 등이 원인이 된다.
◆ 이명, 어찌하오리까!
원인을 찾지 못해 완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실제 병원에서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경우는 20~30% 정도에 불과한 정도다. 그렇다면 이명 증상이 있더라도 그대로 놔둬야 하는가. 일단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는 게 최선이다. 원인을 밝혀 수술 등으로 치료하고, 원인이 불분명할 경우에도 약물이나 기구, 재활치료 등을 통해 이명 증상을 완화시키는 게 좋다.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이명의 경우 혈액 순환을 도와주는 약이나 항경련제, 전정제 등 약물로 치료하는 게 보통이고, 외부 자극에 의해 소음이 호전되는 경우엔 차폐기를, 청력 이상이 동반될 경우엔 보청기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수돗물 소리나 FM라디오 소리를 듣고난 뒤 일정 시간 동안 이명을 느끼지 못할 경우에도 차폐기 등 사용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엔 이명재활훈련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는 이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명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습관화시켜 이명에 따른 이차적인 괴로움을 없애는 치료법이다. 중요하지 않은 소리가 뇌 속에 인식되지 않도록 습관화하는 방법. 80% 정도의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이명에 대한 철저한 이해 및 지속적인 면담 치료 등 환자 개인의 노력이 관건이다. 환자에 따라 치료기간 차이가 크지만 보통 6개월~1년 정도 걸린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김광훈 맥연합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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