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진단 받고도 수술 포기 속출
심한 불경기로 서민 경제가 무너지면서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암 판정을 받고도 수술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따르면 최근 들어 위암 진단을 받고도 수술을 하지 않는 환자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 달 전만 해도 경제적인 이유로 수술을 받지 않는 환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는 데 7월에 3명, 지난달에는 4명이 수술을 포기했다. 이들은 이 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10%에 해당된다.
이 병원 외과 교수는 "위암 수술을 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암 판정을 받고도 수술을 받지 않으려는 환자가 이렇게 많은 것은 처음 본다"며 "당장 수술을 받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데 수술 및 입원·치료비에 들어가는 비용 200~300만원이 없어 수술을 받지 않으려 하는 것은 믿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과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에 따르면 후두암 등 목 관련 암의 경우에도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가 최근 들어 늘고 있다. 이 교수는 "두경부암의 경우 수술 비용보다 방사선 치료에 비용(500만~1천만원)이 많이 들다 보니 방사선 치료를 안 받겠다는 환자가 가끔 눈에 띈다"며 "재발하면 안 된다고 해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라며 고개를 젓더라"고 전했다. 대장암의 경우도 상대적으로 비싼 복강경 수술을 받지 않으려는 환자들이 있다. 한 교수는 "최근 들어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정도의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치료를 안 하거나 미루는 환자가 종종 있다"고 했다.
만성질환자들의 병원 방문도 크게 줄었다. 대구 한 내과의원에 따르면 올 들어 당뇨, 고혈압 등 지속적인 관리·치료가 필요한 노인 만성질환자들의 발길이 10% 이상 줄었다는 것. 이곳 원장은 "당뇨, 고혈압 환자의 경우 매달 의원을 찾아 검사하고 약을 처방받아야 하지만 증세가 심해져 다시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비용 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은 데도 용돈을 받아 쓰는 노인들에겐 치료비·약값이 만만찮은 부담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가계수지동향을 보면 올해 2/4분기 보건의료비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나 줄어 소비지출 항목 중 감소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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