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사주명리학 강의 류동학 박사

입력 2008-09-05 06:00:00

인간만큼 다가올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동물도 없을 터. 특히 요즘처럼 내일 일이 불투명하고 미심쩍고 불안한 세상이 됐을 때는 점이나 관상, 사주 같은 걸 좇는 사람이 넘친다.

그래서인지 이번 학기부터 대구보건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재미있는 사주명리학(四柱命理學)'을 강의하고 있는 류동학(사진)씨와의 인터뷰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류씨는 올 초 경북도청 이전지 선정으로 지역 전체가 떠들썩할 당시 안동시청의 의뢰를 받아 풍수지리 측면에서 안동이 적지라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의 주장대로 경북도청은 안동·예천으로 이전이 결정됐다.

그의 첫인상은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뭔가 도인(道人)의 풍모를 머릿속에 그렸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실망감을 감추려고 "사주명리학이 도대체 뭡니까?"라며 인사를 나누자마자 물었다. 그러자 류씨는 다짜고짜 기자의 생년·생월·생일·생시를 물어봤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기자에게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사주명리학을 설명하겠다"고 했다.

"을목(乙木) 사주입니다. 목기가 다섯 갠데, 물이 하나도 없어요. 고목이 다섯 그루야. 미래 지향적이면서 꿈은 야무져. 근대 일찍 결혼하면 좋지 않아. 36세 이후에는 여자운과 재물운이 따라오겠어요. 아직 결혼 안 했지요?" 뜨끔했다.

명리학자로서 류씨의 프로필은 특이하다. 30대 중반의 늦깎이로 단국대에 입학했다. 전공은 법학이었다. 법학도와 동양사상의 하나인 명리학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시 공부를 한 2년쯤 했어요. 그때 옆방 동료 책상에 명리학 책이 있어 읽다가 너무 재미가 있었어요. 이 길이다 싶었어요."

이후 역사학도라는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부산대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석사)하고, 고려대 대학원 한국사학과에 진학해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준비 중인 박사 논문만 통과하면 '박사 명리학자'라는 이색적인 명함을 얻는다고 했다.

류씨는 동양 예측술의 한 분야인 사주명리학은 한 인간에 대해 단 30%의 정보만을 제공한다고 했다. 나머지는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인자나 국가적, 지역적, 가정적 성장환경, 성장과정에서 받는 동기부여 등에 의한 변동요인이 작용해 한 인간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가 서로 운명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이에요. 한 인간의 미래 내지는 운명을 100% 다 맞춘다는 것은 사기지요."

가장 좋은 사주는 어떤 사주인지가 궁금했다. "지극히 귀한 사주가 있기는 있어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주가 큰 사주지요. 하지만 사주를 절대적으로 좋다, 나쁘다라고 판단할 수는 없어요. 큰 사주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 팔자입니다. 평범한 사주가 오히려 무난한 사주가 될 수 있어요."

류씨는 2000년대 들어 사주명리학이 그동안 은둔의 학문에서 제도권 속의 학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기쁘다고 했다. "대학가에도 이 분야 관련 학과가 속속 생겨나고 있잖아요. 좀더 학문적으로 철저하게 무장한 후배 명리학자들이 많이 양성됐으면 합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