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풀려진 '9월 위기설' 이제야 반박하나

입력 2008-09-04 10:32:18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에 '9월 위기설'이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최근 달러 가치가 연 나흘째 급등했고, 주식시장이 바닥권을 기고 있는 것도 '위기설'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 13위 경제 대국에서 근거가 약한 루머성 정보에 금융시장이 이처럼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기초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주는 서글픈 사례다.

'9월 위기설'은 단기 외채는 늘어나는데 외환보유고는 줄어들어 자칫 지급불능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는 일부의 우려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단기 외채의 절반은 외국계 은행 몫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골드만 삭스와 씨티은행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외환보유고'단기외채'기업부채비율 등으로 볼 때 9월 위기설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IMF 한국사무소장도 "비록 한국이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97년 외환위기 상황과는 매우 다르다"고 분석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우리 경제 규모가 커졌고 외환도 적정 수준을 갖추고 있어 9월 위기설은 뜬소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삼성 사장단도 어제 회의에서 "9월 위기설은 과장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시장에는 항상 루머와 정보가 떠돌아다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처럼 '9월 위기설'이 초기에 걸러지지 않고 그 악영향이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된 뒤 바로잡아지는 것은 유감이다. 물론 위기를 애써 감출 수는 없다. 그러나 과장되면 더 위험하다. 특히 지금처럼 경기침체기에는 악성 루머 하나가 경제를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런 악재에는 정확한 자료와 데이터로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번 사태처럼 한껏 부풀려지고 난 뒤 반박하는 것은 '정부의 신뢰'를 갉아먹는 행위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