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국가산업단지 가시화, 재도약 위한 구체적 전략 짜자
자존심 강한 대구.경북 지역민들도 '경제' 얘기만 나오면 주눅이 든다. 언급하기 싫지만 대구의 경우, 전국 '제3의 도시' 자리를 내준 지 오래됐고 생산력으로 따져보면 전국 꼴찌다. 인구조차 줄고 있어 매력 없고 흡인력 없는 도시임이 명백해진다. 경북도 비슷한 처지다. 이 모든 현상의 밑바닥에는 '먹고살기 힘든 도시'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지역경제에 불씨를 지필 만한 사건들이 펼쳐지고 있다. 먼저 대구지역 최대 숙원 사업 중 하나인 국가산업단지 조성이 확정된 것이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산업단지가 없었던 대구에서 이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달성군 구지면 일대에 들어설 대구국가산업단지는 9.98㎢에 총사업비 1조7천억 원이 투입돼 전자부품'첨단기계'정보기술 등 첨단과학산업단지로 조성된다. 생산유발효과가 51조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경북지역에도 혜택이 돌아갔다. 포항 동해면.장기면 일대에 들어서는 포항국가산업단지에는 철강.자동차.기계.전자.선박 등 부품소재산업이 주로 육성되는데 총 9.44㎢에 1조200억 원을 투입, 18조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예상된다.
구미 국가산업단지도 추가 조성된다. 해평면 금산리 일대에 9.92㎢로 전자부품.영상.음향 등 전자산업을 주로 유치, 69조 원의 유발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구.경북의 신설 3개 국가산업단지만 제대로 돌아가면 138조 원의 생산효과를 누리게 된다. 이제 땅이 없어 기업을 유치하지 못하겠다는 푸념은 할 수 없게 됐다.
국토연구원은 대구국가산업단지 조성으로 대구의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이 2006년 1천120만 원(전국평균의 63% 수준)에서 2015년에는 2천400만 원(91%)이 되며, 개발이 완료되는 2017년에는 전국 평균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GRDP 전국 꼴찌인 16위에서 7~8위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장밋빛 전망이다.
게다가 지난 13일에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廳(청)이 문을 열었다. 경제자유구역은 모두 해안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내륙에 자유구역이 주어지는 것은 첫 케이스다. 대구.경북지역을 횡단하는 포항-경산-대구-구미 벨트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좋은 조건이 주어진 셈이다.
사실 대구는 그동안 경제적인 측면에서 많은 상처를 입었다. 전통산업인 섬유가 쇠퇴하면서 그 대안으로 위천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려 했으나 무산됐고, 삼성 상용차 유치도 막판에 뒤집어지면서 실패로 끝났다. 그러다 시도된 것이 '밀라노 프로젝트'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간에 걸쳐 6천800억 원의 예산으로 추진된 섬유산업 되살리기 사업인데 어찌 된 셈인지 결과물이 별로 없다. 지금도 '포스트 밀라노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눈 밖에 났고 지역민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이런 와중에 국가산업단지와 경제자유구역이라는 혜택이 주어진 것이다. 이제 대구.경북은 새로운 모습으로 승승장구할 것인가.
얘기를 잠시 돌려보자. 서울지역 인사들이 대구에 와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어이없게도 '깜빡이'다. 대구 사람들 대부분이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방향을 바꿀 때 깜빡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마 했지만 확인해보면 사실임을 당장 알 수 있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나쁜 습성이다.
또 하나, 부끄러운 사실은 대구경제가 '죽었다, 죽었다' 하는데 웬 돈이 그렇게 많으냐는 것이다. 즉 대구는 巨富(거부)는 별로 없는데 수십억 원대의 졸부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기업 해서 웬만큼 벌면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쪽으로 '재테크'에 들어가 편안하게 산다는 것이다. 탓할 바는 아니지만 더 크게 키우겠다는 '기업가 정신'이나 '도전 정신'이 뒤떨어진다는 뜻이 아닌가.
이제 판은 벌어졌다. 그러나 산업용지만으로는 기업을 유치할 수 없다.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민들에게 '의식 개혁'이라는 또 하나의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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