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11,800명 '임금체불 고통'

입력 2008-08-27 10:00:04

자동차협력업체의 하청업체에서 근무했던 A(43)씨는 3개월치 월급 등을 받지 못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달에 150여만원씩, 모두 500여만원에 이른다. 지난달 회사를 그만둔 A씨는 "수십번 회사를 찾아가 임금을 달라고 재촉해봤지만, 사정이 어려우니 조금만 참으라며 차일피일 미루기만하더니 이제는 그냥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온다"며 "대리운전을 하며 버티고 있으나 추석을 앞두고 빚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기름값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회사 경영난으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임금체불이 늘고 있다. 일을 하고도 돈 한푼 쥐지 못한 근로자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올 들어 7월 말까지 대구경북에서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노동청에 신고한 근로자는 1만1천800여명. 급여 금액만 413억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천명이나 더 많다. 체불기업 수도 상반기에만 5천550여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여개 더 늘었다.

노동청 관계자는 "지난해 크게 줄었던 체불임금이 올 들어 다시 급증하고 있으며 고유가 등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올 상반기 경우 100인 미만 사업장의 소액 체불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대구 달서구에서 직원 15명을 두고 기계조립 공장을 운영하는 B사장은 직원들에게 최근 두달 동안 월급을 3분의 2밖에 주지 못했다. 철근값이 치솟는 등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으나, 납품단가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계속 적자가 늘어 공장 문을 닫을 형편에 처했다. B사장은 "그나마 직원들이 고통을 나누기로 하면서 임금을 일시적으로 줄였지만, 앞으로 밀린 임금을 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공식 집계되는 체불 이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아 수많은 근로자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불이익을 우려한 나머지 노동청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하더라도 사업주에게 이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소송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진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대구노동청은 다음달 12일까지를 '체불임금 청산 집중 지도기간'으로 정하고 근로감독관 60여명을 투입, 임금체불 예방과 빠른 해결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올해 노동청은 도산기업의 퇴직근로자 3천122명에게 체당금(정부가 도산한 업체를 대신해 근로자들에게 지불하는 자금) 125억원을 지급했고, 2천280여명의 근로자에게 무료법률 구조를 지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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