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당국이 "금융권 차입을 통한 M&A(기업인수합병)를 해서는 안된다"는 방침을 밝힌 후 지역 중소 업체들을 중심으로 M&A 시도를 활발히 펴고 있어 M&A시장에서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논의가 활발하다. '브랜드' 획득 또는 업종 다각화를 위한 시도다. 두산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참여를 포기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들에 대한 M&A 시장이 얼어붙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21일 지역 금융권과 회계법인 등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 폴리에스터 원사 생산업체로 지난해 5월 파산선고를 받았던 한국합섬과 ㈜HK(한국합섬의 물적 분할 회사)는 채권단의 협의에 따라 재매각이 추진돼왔으나 재매각 성사여부가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한국합섬·HK의 경영정상화 및 재가동을 이룰 수 있는 인수업체로 거론됐던 TK케미칼, 효성 등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공장재가동을 할 수 있는 인수자는 사라졌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
더욱이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원사 재료가격이 폭등하면서 공장 재가동 이후 이윤 구조에 의문이 들면서 큰 업체는 뒤로 물러앉고 있다는 것. 한국합섬·HK는 재가동을 했을 때 최초 운영경비만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M&A에 따른 금융권 차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금부족 현상도 M&A를 어렵게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 지역 최대 M&A 물건으로 꼽히는 한국델파이도 올초 옛 대우그룹 계열사가 갖고 있던 지분 매각 입장이 나온 이후 '입질'이 뜨거웠으나 최근엔 뚜렷한 인수자가 떠오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곳 역시 자산 등의 덩치가 커 인수 희망자가 자기자본으로는 하기 힘든만큼 금융권 차입이 필요하지만 M&A 자금에 대한 유동성 규제방침이 나오면서 인수전이 물밑으로 쑥 들어가버렸다.
지역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금융권의 대출이 완전히 묶이면서 대기업에 대한 M&A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며 "최근 몇년간 M&A를 많이 해왔던 금호그룹, STX 등의 유동성 위기설도 대기업에 대한 M&A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고 평가받아왔던 지역 중소기업들이 '브랜드'를 획득하거나 업종 다각화를 하기 위해 잇따라 M&A시도에 나서고 있다. 중소규모 업체 M&A시장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것.
대구 성서공단의 주방기구 전문업체인 대성쿡웨어는 한때 전국 주방기구 시장의 1, 2위를 다퉜던 셰프라인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최근 체결, 사실상 인수를 결정지었다. 이 회사 손재봉 대표는 "기술력은 있지만 브랜드가 없어 셰프라인, 리빙스타 등 여러 업체의 브랜드를 빌려 납품하는 주문자상표 부착방식의 영업을 하다보니 성장의 한계를 느꼈다"며 "전국적으로 지명도 있는 브랜드를 가지게 됐으므로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력까지 더해 획기적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봄 동국산업으로 인수자가 결정된 포항의 철강업체 네오스틸 인수전에는 지역의 한 유명 차부품업체가 도전, 막판까지 동국산업과 경합을 벌였다. 이 업체는 차부품과 연관산업인 철강업 진출을 통해 업종 다각화를 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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