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KBS 사장뽑기와 관상법

입력 2008-08-25 10:42:48

측근들 밀실서 후임자 논의 말썽

狂(광)은 '미칠광'字(자)로 개犬(견)과 임금王(왕)이 붙어 있다.

왕이 개(짐승)처럼 처신하면 미친 것이란 뜻이 된다.

예로부터 왕은 천문과 地理(지리), 人事(인사)에 두루 통해서 하늘(-)과 땅(-)과 사람(-)의 일을 모두 꿰뚫고(|) 있다고 인정받는 자가 王(왕)이 됐다.

지도자는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두루 깨치고 있어야 하고 특히 사람을 쓰고 다루는 인사에 있어서 영특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걸 제대로 못하거나 제멋대로 난맥을 저지르면 미친 거라는 의미가 된다.

그만큼 지도자의 처신과 사람을 고르고 쓰는 안목과 지혜가 중요함을 비유한 破字(파자) 해석의 예다.

집권 초반부터 고'소'영이란 비아냥으로 비난받았던 이명박 대통령의 용인술은 잇단 낙하산 인사, 밀실인사 논란으로 끝 간 데 없이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다.

狂자가 떠오를 정도로 끊이잖는 시비를 낳고 있는 것이다.

KBS사장 뽑기도 매한가지다.

3천 년 이상 인물을 보는 안목과 경험적 지혜를 갈고 닦아온 중국의 성현 지도자들은 人情(인정)이나 인연 같은 一面(일면)만 보고 인재를 택하지 않았다.

무명시절의 조조를 보고 영웅이 되리라고 평가했던 당대의 최고 관상가 교현의 기준으로 보면 홑꺼풀인 조조와 MB의 눈은 관찰력이 예리하고 임기응변의 위기관리 능력이 강하며 합리적이나 냉담하다는 결점이 있다.

그러나 교현은 조조의 목소리와 눈동자의 움직임까지 살펴 냉담의 약점을 커버하고도 남는다고 봤다.

만약 교현이 MB의 관상을 봤다면 홑꺼풀 눈 외에 목소리도 듣고 고'소'영이란 사적 인연에 냉담하지 못한 나약한 결단력을 봤다면 어떤 평가를 내렸을지 궁금하다.

물론 내로라하는 공자도 老子(노자)를 만나고 나서 '달리는 짐승은 그물로 잡고 헤엄치는 것은 낚시로 잡고 나는 것은 활로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용은 어떻게 잡는지 알 수 없다. 나는 노자를 만났는데 말하자면 그는 용과 같은 인물이어서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인물평가의 어려움을 말했다.

MB가 임명한 청와대'내각'공기업의 인물들이 공자 같은 큰 인물도 종잡을 수 없을 만한 용과 같은 인물들이라면 MB는 인사를 꿰뚫는 王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나 등용한 인물이 달리는 짐승 종류인지 헤엄치는 물고기류인지 나는 새 종류인지도 모른 채 선거공신, 교회, 학교 인연만 보고 뽑았다면 用人(용인)에 있어 그물을 펴야 할지 낚싯대를 들어야 할지 활을 쏴야 할지 알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인사의 결과는 보나마나다.

입각 한두 달도 안 돼 낙마당하고 땅 투기 논란 등에 휘말려 떨어져 나가는 인사가 속출했던 난맥이 증명한다.

KBS사장 뽑기를 코앞에 두고 밀실에서 무릎 맞대고 모여 앉은 청와대 비서실장, 대변인, 방통위원장 등의 밀실회의가 과연 적절한 때였으며 필요한 모임이었는가라는 여야의 시비는 논란의 여지조차 없다.

狂자가 생각날 만한 수준의 인재요 식견이요, 처세들이다.

건설회사 출신이니까 경제 하나는 똑 부러지게 할 줄 알았고 위기관리 능력, 인사관리 능력이 출중하리라 믿고 찍은 MB였다.

그러나 '농군이 밭 일만 잘한다고 田師(전사)라 할 수 없고 장사꾼이 시장 일에 정통하다고 市師(시사)라고는 할 수 없으며 흙그릇 굽는 일에 뛰어나다고 해서 器師(기사)라 할 수 없다'고 한 荀子(순자)의 인물 평가기준을 생각하면 '그게 아니었던가'라는 후회가 밀려온다.

국가 관리자의 그릇 크기를 말함이다. 失政(실정)을 가려주던 올림픽도 끝났다. 명선수와 명감독은 다르다는 말이 실감나지만. 그러나 어쩌랴 분발을 기대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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