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흡연, 직접흡연보다 해로울까?

입력 2008-08-23 06:00:00

사례 1. 평소 천식을 앓던 미국인 메리 골든블랙(19·여)은 어느날 평소 일하던 술집에서 쓰러진 뒤 유명을 달리했다. 그녀의 사인은 바로 급성 천식발작으로 인한 호흡곤란. 환기가 잘 안 되는 실내에서 일을 하면서 담배연기를 장기간 들이마신 결과였다.

사례 2. 가정주부 윤모씨는 답답하기 짝이 없다. 아파트 아래층과 옆집에서 피워대는 담배 연기 때문이다. 간접흡연을 해야 하는 아이는 1년 내내 병원에 다닌다. 쇠기침 소리를 내고, 기침할 때마다 안구통을 호소해 놀라기도 한다.(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 올린 윤모씨 사연)

금연 인구가 본격적으로 늘면서 간접흡연의 폐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올해 금연 캠페인 방향을 비흡연자의 권리 확보로 설정해 '세이 노, 세이브 라이프!(Say No, Save Life!)'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간접흡연은 과연 우리 몸에 얼마나 해로울까?

◆주범은 바로 담배연기

간접흡연의 주범은 필터를 통하지 않은 생담배 연기(부류연)다. 먼지나 안개 같은 에어로졸(aerosol)의 일종인 담배 연기의 입자는 크기가 0.0001~100㎛(1㎛=100만분의 1m)에 불과해 쉽게 흡입된다. 그 속에는 4천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그 중 니코틴, 타르, 암모니아, 디메틸니트로사민(DMN) 등 50종 이상의 발암물질이 인체에 영향을 끼친다. 담배 안에 있는 필터가 이런 물질을 걸러주지만 필터를 거치지 않은 부류연에는 온갖 위해물질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비흡연자에게 생담배 연기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

필터를 통해 걸러진 담배연기(주류연)와 생담배연기를 비교하면 부류연에 독성성분이 2, 3배 더 많다. 일산화탄소(CO)는 8배, 암모니아는 73배, 디메틸나이트로사민(DMN)은 52배나 더 함유돼 있다. 니코틴은 21배, 폐암을 유발하는 포름알데히드(포르말린)와 벤젠은 각각 50배와 20배가 더 들어 있다. 부류연은 입자 크기도 더 작아서 폐에 더 깊숙이 침착(沈着)한다. 간접흡연에선 이런 부류연이 85%(주류연 15%)나 차지하기에 인체에 더 위험한 것이다.

간접흡연이 직접흡연보다 더 많은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홈페이지의 자료에 따르면 '직접 흡연자가 간접 흡연자보다 훨씬 더 많은 피해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는 ▷간접 흡연은 늘 하는 것이 아니고 ▷직접흡연자는 거의 매시간 담배를 통해 연기를 직접 폐로 집중적으로 넣으며 ▷직접 흡연자는 옆에 있는 간접 흡연자보다 실제로 더 많은 간접흡연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간접흡연이 더 해롭다는 이야기는 결국 '같은 양의 간접흡연 연기는 같은 양의 흡연자의 호흡기로 들어가는 연기(주로 주류연)보다 더 독성물질의 농도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리없는 살인마' 간접흡연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6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전화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간접흡연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이 피운 담배연기 때문에 폐암을 포함한 각종 암이나 천식, 심장질환, 뇌졸중, 어린이 호흡기 및 중이염, 아기의 돌연사 및 학습능력의 저하 등의 피해를 받을 수 있다. 비흡연자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여성 폐암 환자 중 90%가 비흡연자다. 지난 4월 일본에서는 간접흡연이 당뇨병 발생 위험을 80%까지 높인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간접흡연은 흡연자는 물론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나 아이들을 사망으로 이끌 정도로 치명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강은정 부연구위원이 지난 2005년 6세 이하 어린이가 1명 이상인 696가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가구 중 4가구의 어린이들이 간접흡연을 경험했다. 지난해 부산 지역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는 전체 95%의 학생 소변에서 니코틴이 검출됐다. 이 중 흡연자는 단 3%에 불과했다.

유럽연합(EU) 국가에서는 2002년 한 해 동안 간접흡연 피해로 8만명이 죽었다. 중국에서는 연간 10만명 이상이 간접흡연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지난해 보고됐다. 미국에서는 연간 3천명 이상이 간접흡연 피해로 숨진다. 간접흡연은 이렇듯 부지불식간에 비흡연자의 건강을 좀먹기 때문에 '담배로 저지르는 간접살인'이라고도 불린다.

간접흡연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해자나 피해자가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비흡연자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흡연자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얘기해야 한다고 권한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예방의학과 박승우 교수는 이와 더불어 "어릴 때부터 비흡연자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간접흡연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nset.co.kr

▨간접흡연=흡연자가 내뿜거나 들고 있는 담배가 타면서 나오는 연기를 마시는 것을 말한다. 담배 연기가 공기, 특히 밀폐된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면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마시게 되어 흡연자·비흡연자 모두 해로운 영향을 받는다. 간접흡연은 흡연자가 아닌 사람들이 마시기 때문에 '비자발적 흡연(involuntary smoking)' '수동적 흡연(passive smoking)'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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