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지방이 안보이는 정부관료

입력 2008-08-20 10:18:48

위정자들의 눈에 지방은 없나 보다. 아니 그보다 중앙정부 경제관료들의 안중에 더 그럴 것이란 느낌이다. 서울에서 들으면 뜬금없이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현 정부의 행태가 너무 탈지방적이다.

그 중에서도 부동산 정책 분야는 참여정부와 현 정부가 닮아도 무척 닮았다. 오만가지 정책이 서울 위주로 짜여진다.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최대 치적으로 삼는 지난 참여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만큼은 '수도권 중심'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참여정부 초기 서민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던 당초 정책 의지와는 달리 하루가 다르게 서울의 집값이 뛰었다. 강남의 집값은 자고나면 1, 2천만원씩 올랐다.

발단은 강남의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서부터. 40㎡ 이하의 아파트들에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기현상이 생겨났고, 투기꾼들은 지방으로 날아들어 지방에서도 재건축 재개발이 봇물을 이뤘다.

그러자 정부는 헌법보다 고치기 어려운 부동산 규제를 하겠다고 공언했고, 1가구2주택자 양도세율 강화, 재건축개발부담금제 도입, 투기과열지구 확대 등의 각종 규제책을 쏟아냈다. 이 결과 전국의 부동산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수도권과 지방을 차별화해서 정책을 실시해야 하는데도 똑같은 잣대로 재단, 서울의 현상만 보고 지방까지 옥죈 까닭에 전국 부동산 시장은 동토가 된 것이다.

지방의 아파트 미분양은 급속도로 늘어났고, 특히 대구경북의 정도가 심각하다. 지난 5월 현재 대구경북의 미분양 아파트는 2만7천여가구로, 수도권 전체 미분양 물량보다 30% 이상 많은 수준이다.

전국을 냉동고로 만든 참여정부의 잘못을 해결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안고 출범한 MB정부. 하지만 수도권에서 큰 문제가 없었기에 관료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겨우 내놓은 것이 전매제한 완화 조치. 그것만으론 얼어붙은 시장을 살리기에 역부족이라는 지방의 하소연이 줄을 이었지만 서울에서 별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정책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나라당이 수도권 소수 계층을 위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기준 완화를 들고 나왔고, 가진자들의 정당이라고 호된 비판에 직면하자 이번에는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들고 나왔다.

왜 재건축규제가 취해졌던가. 강남의 재건축 바람이 전국을 부동산 투기장화했기 때문에 이를 묶었고, 이것이 지방 부동산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주범이다.

서울에서 재건축 바람이 다시 불어 수도권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정부는 과거처럼 또다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댈 것이고 지방은 아랫목에 온기가 느껴지기도 전에 칼바람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 관료조차 이번 재건축 완화는 수도권을 위한 것이란 점을 실토하고 있다.

경기를 살리려면 재건축 규제 완화도 필요할 수도 있지만 지방에서 기대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가장 시급히 실시돼야 할 것이 거래를 정상화시키는 길이다. 미분양 대책도 필요하지만 거래까지 중단된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팔고 싶은 사람이 제때 팔 수 있고, 사고 싶은 사람이 제때 살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급선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도 없이 요구해온 1가구2주택 양도세 면제 조치나 적어도 대폭적인 감면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그리고 좀 더 재바른 정책 결정을 기대한다. 정책 결정이 너무 굼뜨다. 미분양 아파트 구입시 취득·등록세를 50% 인하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 6·11조치가 발표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그 원인 가운데 큰 요인은 정부의 추가 대책이 곧 발표되리란 기대 심리 때문이다. 추가로 혜택이 주어지는데 어느 등신이 손해볼지도 모를 거래를 하겠는가.

정부는 다음달에 가서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시장의 반응이 냉담하자 서둘러 이르면 21일쯤 당정협의를 거쳐 공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를 앞당긴 것은 잘 한 일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이왕 발표할 거면 늦추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발표 내용에 당초에는 포함 안 된 1가구2주택 양도세 감면 또는 면제 규정이 포함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정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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