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베이징] 강화된 도핑테스트…메달리스트 '긴장'

입력 2008-08-19 08:49:34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신체의 능력을 높여주는 약물의 유혹은 선수들에게 쉽사리 떨치기 힘든 유혹이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새삼 약물 척결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도 수영과 육상 등에서 세계 신기록이 쏟아지고 있는 베이징에서 약물 복용 의혹이 꼬리를 무는 탓이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1천923회의 도핑 테스트에서 2차례, 2000년 시드니 대회 때는 2천358회의 도핑 테스트 가운데 11번 양성 반응이 나왔다. 3천667번 도핑 테스트를 한 2004년 아테네올림픽의 경우는 양성 반응에다 도핑 테스트 거부, 부적절하거나 본인의 것이 의심되는 것 등을 포함해 모두 26명이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베이징에서는 17일까지 2천905개의 소변, 762개의 혈액 테스트를 포함해 3천667번의 도핑 테스트가 있었다. 4월 그리스 역도 대표팀 11명, 6월에는 중국 여자 수영의 어우양 쿤펑과 불가리아 역도 대표팀 11명의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해지는 등 올림픽 개막 전부터 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된 선수가 줄을 이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중에서 가장 먼저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이는 스페인의 사이클 선수 마리아 이사벨 모레노. 그는 베이징에 도착한 지 1시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어 대만 야구의 장타이산, 사격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에서 은·동메달을 딴 북한 김정수도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장타이산은 "결혼 후 9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아 지난해 의사의 처방을 받아 불임치료제를 복용했다"고 항변했다. 김정수 또한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 힘들어 북한 선수단 의료진을 찾아 '구심환'이라는 한약을 처방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약물 복용에 있어 무관용 원칙을 선언한 IOC의 의무분과위원장 겸 세계반도핑기구(WADA) 부위원장인 아르네 융크비스트 박사는 "속임수는 통하지 않는다. 속임수를 시도하는 이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에서는 모두 4천500여번의 도핑 테스트가 이뤄질 계획이다.

베이징에서 한국 음식점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우리 선수단은 한국 음식을 구경하기 힘들다. 자칫 음식을 잘못 먹었다가 도핑 테스트에 걸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한체육회는 베이징 시내의 한국인 밀집지역인 왕징에 아파트를 빌린 뒤 태릉선수촌의 조리사를 데려와 선수들을 위한 '촌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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