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기관의 심각한 藥 과잉 처방

입력 2008-08-16 10:06:33

국내 의료기관의 처방 1건당 약 품목 수가 평균 4개를 넘어 선진국의 2배를 웃도는 등 과잉 처방 경향이 높다는 사실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처음으로 종합전문병원에서 의원까지 국내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평가, 15일 공개한 올해 1/4 분기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는 국내 병'의원에 대한 신뢰감에 의구심이 들게 한다. 2만5천871곳의 병'의원이 외래 환자에게 처방 건당 평균 4.12개의 약품을 처방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미국(1.97개), 독일'이탈리아(1.98개) 등 주요 선진국의 2배를 훨씬 뛰어넘는다. 불필요한 약품이 처방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대구'경북 의료기관의 처방 성적표 또한 그다지 신통하지 않다. A~D까지 4등급으로 분류된 이번 평가에서 전국 42곳 종합전문병원 가운데 대구는 4곳 중 유일하게 영남대 병원만 A등급을 받았고, 3곳은 B등급에 그쳤다. 6개 종합병원도 A등급이 2곳, B등급 3곳, C등급 1곳으로 나타났다. 경북은 17개 종합병원 중 A등급은 2곳, B등급이 10곳으로 나타났고, 최하인 D등급도 2곳이나 들어있다.

심평원 평가에서 드러나는 국내 의료기관의 약품 과잉 처방은 단적으로 우리 국민이 얼마나 심각한 약물 오'남용 위험에 방치돼 있는가를 말해준다. 그러잖아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조금만 몸이 불편해도 습관적으로 약부터 찾는다. 의약분업 이후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항생제 사용량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약물 오'남용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폐해는 심각하다. 해가 갈수록 급증하는 아토피도 여러 원인 중 약물 오'남용이 포함돼 있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경우 약물의 특정 성분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킴에 따라 피부가 벗겨지거나 심지어 실명이나 사망에까지 이르게도 한다.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켜야 할 의료기관이 오히려 환자를 약물 오'남용으로 내몬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입으로만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을 되뇔 것이 아니라 약 한 알에까지 환자를 생각하는, 의료인의 양심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보건당국 또한 하루속히 의료기관의 무책임한 과잉 처방을 막을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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