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한인들의 '흥겨운 광복절'

입력 2008-08-16 09:27:34

▲ 15일 오후 사할린 한인문화센터에서 열린 한국문화체험행사에서 한인 3, 4세 아이들이 사물놀이를 따라하고 있다. 최두성기자
▲ 15일 오후 사할린 한인문화센터에서 열린 한국문화체험행사에서 한인 3, 4세 아이들이 사물놀이를 따라하고 있다. 최두성기자

"쿵짜작 쿵짝. 자, 이게 한국의 가락이에요. 얼쑤~~~."

광복절인 15일 오후 6시(현지시각) 러시아 유즈노사할린스크시의 '사할린 한인문화센터'. 한인 500여명이 자리를 가득 채운 강당에서는 흥겨운 사물놀이 가락이 울려퍼졌다.

한인문화센터와 민족통일대구시청년협의회가 광복63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한국문화체험행사'. 사할린주 인근에 흩어져 살던 한인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가야금, 대금 연주가 이어지고 투호, 윷놀이, 팽이치기, 제기차기 등이 선보였다. 블라디(13)는 제기 다섯번 차면 선물 준다는 말에 제법 비슷하게 발을 올려 제기를 하늘로 차올렸다.

함께 자리를 한 백발이 성성한 동포 1세대들은 천진난만하게 뛰놀며 즐기는 손자손녀들을 보면서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성자(67) 할머니는 "먼 타향에서 맞는 광복절은 이제 최대 명절이 됐다"면서 "갈수록 의미는 퇴색돼 가지만 그 당시 아버지 어머니가 느꼈던 감격은 후대에도 계속 전해지고 있다"고 했다.

사실 징용 1세대들에게 광복은 기쁘기만 하지는 않았다. 일제에 강제징용돼 고향을 떠나 이곳에 왔지만 조국이 해방됐다는 행복감은 그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1988년 러시아와 수교를 맺기 전까지 조국은 사할린 동포들에게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징용 1세대들은 돌아갈 수 없는 고국 대신 사할린을 새로운 터전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광복의 뜻깊음을 잊지 않고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해방의 기쁨을 나누는 '친교의 장'은 이어왔다. 세대를 거치면서 광복절은 새롭게 변했다. 한글을 쓸 줄도, 한국말을 할 줄도 모르는 3, 4세들. 그들에게는 광복절은 추석을 대신하는 최대의 명절이면서 한국문화를 느끼고 맛볼 수 있는 날이 된 것이다.

사할린한국교육원 정창윤 원장은 "세대를 거치면서 사할린에서 광복의 의미는 그렇게 크지는 않다"며 "러시아화하는 한인 자녀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전통, 풍습을 알리고 익힐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겠다"고 했다. 사할린에 사는 한인은 모두 3만명.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시에만 1만8천명이 모여 산다.

하태균 민족통일대구시청년협의회장은 "12년 만에 대구와 사할린이 함께하는 광복절 행사를 열게 됐다"며 "조국의 관심 밖에서 항상 외롭게 고생하는 사할린 동포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우리 민족이 하나임을 확인하는 뜻깊은 시간을 더 많이 갖겠다"고 했다.

러시아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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