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의 시사코멘트] 민영화는 열정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입력 2008-08-16 08:33:20

정부가 '1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중요한 과제인데도 내용이 빈약해서, 퍽이나 실망스럽다. '공기업 선진화'라는 말 자체가 정치적 修辭(수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에서 얻은 위임사항(mandate)은 공기업 민영화였지만, 민영화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자, 그 말로 치장한 것이다.

그런 사정을 반영해서, 실제로 민영화가 될 기업들은 적고 중요하지도 않다. 전기. 가스. 수도와 같은 중요한 부문들은 아예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이미 물러섰다. 나머지는 정부의 구제 금융으로 공기업들이 된 경우들이니, 민영화 대상이라 부르기도 무엇한 기업들이다.

민영화가 정책들을 서둘러 버린 현 정권에 남은 단 하나의 주요 정책이므로, 이런 사정은 아쉽다. 과감한 민영화는 사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계기이므로, 더욱 아쉽다.

어느 사회의 경제 개혁에나 포함될 만큼, 민영화는 인기가 높다. 근본적 요인은 공기업들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관료주의와 정치적 결정으로 정상적 경영이 어렵다는 점, 주인이 없는 셈이라 노동생산성은 낮은데 임금은 높다는 점, 그리고 종업원들은 늘 너무 많지만 투자는 적다는 점은 비효율을 필연적으로 만든다.

민영화는 그런 비효율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시장의 엄격한 규율은 방만한 공기업을 길들여서 효율적으로 만든다.

민영화 과정도 비교적 쉽다. 정부가 소유한 기업을 시장에 돌려주는 일이므로, 절차도 간단하고 저항 세력도 다른 개혁 조치들에 비해 아주 적다. 가장 큰 장애는 종업원들의 반대지만, 민영화가 장기적으로 종업원들에게도 유리하다는 사실로 그들을 설득하면 된다.

시장 경제에 어울리는 일이므로, 실패할 가능성도 아주 작다. 민영화의 실패는 거의 언제나 잘못된 설계에서 비롯한다. 시장에 대한 불신과 정치적 고려가 잘못된 설계를 낳는 주요 원인들이므로, 그 점을 경계하면 된다. 게다가 민영화는 성과가 빠르게 나오고 이내 눈에 뜨인다.

따라서 민영화는 늘 열정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정치적 힘을 많이 잃은 현 정권은 쉽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민영화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민영화에 대해서 잘 알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의 지지는 민영화에 대한 저항을 극복하는 힘이 된다. '신이 내린 직장'이란 말이 가리키듯, 시민들의 지지는 이미 크다. 시민들이 공기업의 폐해만이 아니라 민영화의 효과까지 잘 알도록 하는 것이 긴요하다.

민영화는 많은 나라들에서 성공했지만, 그런 사례들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을 현 정권은 너무 소홀히 했다. 민영화가 수도 요금을 크게 올리리라는 '괴담'이 퍼졌을 때, 정부는 성공한 사례를 소개해 그것을 막아야 했다. 1990년대에 아르헨티나는 수도 사업을 민영화했다. 덕분에 가난한 사람들도 수돗물을 쓰게 되었고, 영아 사망률이 크게 낮아졌으며, 장기적으로는 물값도 낮아졌다. 이런 사례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대신, 현 정권은 서둘러 수도 사업의 민영화를 포기했다.

정치 지도력의 요체는 적절한 시기에 사회적 힘을 응집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민영화를 통해서 이 대통령은 자신의 지도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복거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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