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농구의 현 주소와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한국 농구의 가야 할 길이 보이리라는 생각에 홈그라운드에서 펼쳐진 중국전 3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지켜봤다.
중국 농구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인기에 시설, 높이는 갖췄는데 세기는 더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격에서 장거리슛만 얼른 던져버리고 돌아오는 소위 '양궁 농구'로는 더 이상 국제 무대에 발을 붙이기 힘들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더구나 유럽팀에는 쉴 새 없이 뛰고 슛을 던지는 거구의 사내들이 즐비했다.
미국, 스페인, 앙골라와의 경기에서 중국 관중들은 최신 시설의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1만8천명을 수용하는 베이징의 우커성 문화 스포츠센터는 지하 3층, 지상 4층의 건물로 미국프로농구(NBA) 경기장처럼 천장 한가운데 달린 LED 전광판이 인상적이었다. 사각형으로 만들어 관중석 어디에서도 점수, 하이라이트 화면을 볼 수 있게 했다.
중국 선수들의 장신화도 눈여겨볼 만했다. 리우웨이(190㎝) 왕시펭(196㎝) 순유웨(205㎝) 등의 가드와 주팡유(200㎝) 리첸리엔(211㎝) 등의 포워드, 센터 야오밍(226㎝)과 노장 왕즈즈(214㎝)로 구성된 중국팀은 평균 신장(202㎝)에서 미국(199㎝) 스페인(199㎝) 앙골라(194㎝)보다 앞섰다. 우리와 중국이 맞선다면 전 포지션에서 미스 매치가 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경기력에 약점이 있었다. 키는 이미 세계적 수준에 달했지만 개인 기량은 아직 세계 정상급 팀들과 대결하기에 모자랐다. NBA 스타들로 이뤄진 미국과 역시 NBA 스타가 다수 포진한 유럽의 강자 스페인을 상대로 각각 70대 101, 75대 85로 패했고 14일 아프리카의 강호 앙골라를 상대로 85대 68로 승리를 거뒀을 뿐이다.
특히 주전 가드 리우웨이를 비롯한 가드진은 슛은 잘 던졌으나 제이슨 키드, 드웨인 웨이드 등이 버틴 미국과 17세의 농구 신동 리키 루비오, 루디 페르난데스 등으로 짜여진 스페인의 1선 수비를 제대로 뚫지 못했다. 가드가 공을 적시적지에 배급하기는커녕 상대의 압박 수비로부터 공을 간수하는 것이 버거우니 경기가 잘 풀릴 리 만무했다.
10일 미국전에서는 상대의 공을 2차례 가로채는 동안 무려 14번의 가로채기를 당했다. 12일 스페인전에서는 줄곧 앞서나가 이변을 예고하는 듯했으나 4쿼터 들어 중국의 가드들이 끈질기게 달라붙는 스페인 가드진에 완전히 밀린 끝에 동점을 허용, 연장전에 접어들었고 이후에도 계속된 스페인의 압박에 무너지고 말았다.
우리가 중국을 상대할 때도 김승현(대구 오리온스)을 필두로 한 가드진이 기량에서 중국에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골라전에서 야오밍(30점 7리바운드) 리첸리엔(10점 11리바운드) 등을 앞세워 리바운드(37대 19) 우위를 바탕으로 승리를 낚은 것처럼 중국의 전 포지션에 걸친 장신화는 분명 우리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베이징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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