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맞선시장 "부모님 뜻대로…"

입력 2008-08-09 06:00:05

동성동본·맞벌이 기피 '보수성 그대로'

▲ 결혼정보업체를 찾은 30대 남성 회원이 상담을 받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결혼정보업체를 찾은 30대 남성 회원이 상담을 받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대구시가 최근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일하는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마련한
▲ 대구시가 최근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일하는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마련한 '솔로 탈출! 칼라풀 행복만들기' 행사 모습. 대구시 제공

"아이고 세상에 날 보고 아저씨래. 어느 새 먹어버린 나이, 쥐도 새도 모르게 꺾여버린 30대. 부모님 결혼 재촉에 집에 가기 싫고, 명절 때 친척 보기가 겁나."(부가킹즈 'Uncle B.U.G.A' 中) 그들의 노래가 가슴에 와 꽂힌다면 당신은 나이가 꽉 찬 싱글 가능성 99%. 내 눈에 흡족한 배우자는 찾기 힘들고 날마다 마음만 급해지는 당신이 두드리는 곳이 바로 '맞선시장'이다. 결혼정보업체와 '마담뚜'로 통하는 맞선시장은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어디서, 어떻게 만날까

대구의 중매시장 규모는 결혼정보업체만으로 볼 경우 연간 매출이 50여억원, 업체 수는 100여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혼자 활동하는 '마담뚜'는 집계조차 어렵고, 영세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는 알 길이 없다. 결혼정보업체는 회원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사무실과 전화만 있으면 될 정도로 초기 투자 비용이 적은 탓이다.

대형 결혼정보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요구하는 상대의 수준에 따라 가입비는 100만~900만원까지 다양하다. 직업과 집안 배경, 외모 등 조건이 까다로울수록 맞는 상대를 찾기 힘들기 때문. 대개 성혼(成婚)될 때까지 소개가 진행되거나 20회까지 만남이 진행된 후에도 성혼이 안 되면 일부 금액을 환불해 주기도 한다. 성혼 사례비는 따로 받지 않는다. 반면 대다수 결혼 상담소나 '마담뚜'는 20만~50만원의 가입비나 선금을 내거나 한번 만남이 이뤄질 때마다 3만~5만원을 지불한다. 결혼이 성사되면 100만~200만원의 성혼사례비를 내야한다.

전문직의 경우 비용은 몇배로 뛴다. 전문직 상대를 만나려면 따로 10만원을 더 내야한다. 성혼이 됐을 경우에도 사례비가 500만~1천만원에 이른다. 만남은 주로 대구 수성못 인근과 시내 레스토랑이나 호텔 커피숍 등에서 이뤄진다. 실제 대구 2·28운동기념공원과 인접한 C레스토랑, 수성못 인근 D레스토랑과 V레스토랑 등은 주말만 되면 맞선을 보러나온 남녀로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는 것. 분위기가 좋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쉬우며 주변에 산책할 만한 장소가 맞선 장소로 각광받는 덕분이다. 마담뚜들은 한곳을 정해서 만남을 주선하는 편인데, 남성은 여성의 차값은 물론, 마시지도 않은 마담뚜의 차값까지 내야한다. 만남은 주말 낮이나 오후 4시 30분이 선호된다. 만나서 차를 마신 뒤 식사를 하거나 잠시 산책하기에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피안성'의 성주가 되자?

맞선에서 가장 먼저 따지게 되는 것은 '직업'이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과 대기업이 전통적인 인기 직종. 여성의 경우 전문직과 교사, 공무원, 연구원 등 안정적인 직장이 인기가 높다. 그러나 전문직 중에서도 선호도는 엇갈린다. 업계 관계자들은 '피안성의 성주가 되자'는 얘기가 돈다고 했다. 의사 중에서도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직업뿐만 아니라 집안 배경을 따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장래성'보다는 '경제적 안정성'이 우선시되면서 '개천에서 용 난'식의 자수성가형은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 법조계 집안, 의료계 집안처럼 배경이 중요하며 예전처럼 '장래성 있는 명문대 고시준비생'에게 덥석 딸을 내주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대구경북지역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지역에서 대기업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자 "조건 좋은 남성의 씨가 말랐다"는 하소연도 터져나오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교사나 공무원, 전문직 등 엘리트 여성의 수는 늘어나는 반면, 대기업 등 일반직종에 종사하는 남성은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여성은 '역삼각형', 남성은 '모래시계형' 구조를 보인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부 여성들의 경우 서울 등지로 원정 맞선을 떠나기도 한다. 주말마다 서울로 맞선을 보러간다는 이수연(가명·36·여)씨는 "대구에서는 금융권이나 전문직, 대기업 지사 외에는 원하는 남성을 찾기가 힘들다"며 "결혼 후 서울에서 살 작정으로 맞선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로 꼭 들어맞는 상대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다. '수급 불균형' 탓이다. 남녀가 선호하는 조건은 직업이나 나이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전문직 남성들은 같은 전문직 여성보다는 교사나 공무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전문직 여성들은 자신보다 나은 상대를 원하기 마련이라는 것. 특히 남성들은 여성의 나이와 외모에 집착하고 주로 20대 중·후반 여성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교육 정도와 생활 수준이 높은 여성일수록 '눈'이 높고 나이가 많다.

한편 맞선시장에 나오는 싱글 남녀의 나이는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결혼정보업체 닥스클럽에 따르면 회원 평균 연령은 지난해 말 남성 31세, 여성 28세에서 지난 6월 말 현재 남성 32세, 여성 30세로 많아졌다.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35세 여성과 39세 남성이 만나기도 했는데 요즘은 나이차를 2살까지 좁혀달라고 요구한다"며 "특히 남성들은 여성의 경제력보다는 외모와 나이에 집착한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지역 정서가 그대로

대구 지역의 맞선시장은 지역의 보수적인 정서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덕분에 대구는 유독 부모의 입김이 센 지역으로 통한다. 중매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만혼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부모가 직접 팔을 걷어붙인다. 심지어 20대 남녀가 부모의 의사에 따라 결혼 결정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최근 결혼정보업체를 찾은 박주호(가명·29)씨도 그런 경우. 행정고시에 합격한 박씨는 결혼 문제를 전적으로 부모 손에 맡겼다. 상대 여성의 직업이나 집안 배경, 심지어 외모까지 부모의 뜻에 따를 작정이다. 박씨는 "자고로 어른 말씀 들어서 손해보는 일은 없다"며 "마음에 드는 사람만 찾으면 결혼 준비 과정도 부모님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재혼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음에도 남성들이 유독 재혼에 소극적이고 연상녀와 연하남의 만남이 거의 없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동성동본의 결혼을 극히 기피하고 맞벌이에 대한 관심이 적은 점도 특징. 이진우 닥스클럽 대구지사장은 "타 지역에서는 20%가량이 동의하는 동성동본 결혼이 대구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맞벌이의 경우 타 지역은 90% 이상이 원하는 반면 대구는 절반이 꺼려한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 '솔로 탈출' 성공 10계명

처음 만난 어색한 자리, 더듬이 세우고 탐색전을 벌이다 보면 상대방의 작은 행동이나 실수도 신경에 거슬리게 마련이다. 별것 아닌 일들이 결정적인 거절 이유가 되기도 한다.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주고 마음에 드는 상대를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소한의 에티켓과 자기 포장으로 맞선 성공률을 높여보자.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한다.

▶키 작은 남성에게 키를 묻거나 여성에게 몸무게를 묻지 않는다. 노총각·노처녀에게 나이를 묻는 것도 실례.

▶옷차림은 깔끔하고 단정하게. 너무 요란하게 화장을 하거나 야한 옷차림은 금물.

▶학벌 자랑, 직업 자랑, 부모 자랑, 친구 자랑만큼 꼴불견도 없다. 고상한 척하거나 명품 자랑, 사치품 자랑처럼 속물스러운 것도 없다.

▶정치, 종교 얘기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하자.

▶술 마시지 마라. 별꼴 다 보여주기 싫으면. 술이 머리로 들어가면 비밀이 밖으로 밀려나오고, 지나친 솔직함은 거부감을 준다.

▶첫 만남부터 과도한 애정 표현이나 스킨십은 자제하자.

▶'아무거나' 먹겠다고 하지 말 것. 너무 수동적이거나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

▶식사 메뉴로 면 종류를 피해라. 여성들은 후루룩거리는 소리와 립스틱 지워지는 걸 끔찍이 싫어한다. 우아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는 스파게티도 예외는 아니다.

▶마음에 들면 3일 이내에 연락할 것. 맞선은 공식적 만남이므로 3일이 지나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장성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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