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한국학 연구…英쉐필드대 그레이슨 교수

입력 2008-08-08 08:19:03

외국인이면서도 한국종교와 문화를 40년 넘게 연구해온 영국 쉐필드대 한국학과장인 제임스 헌틀리 그레이슨(James Huntley Grayson·64) 교수. 그는 미국 뉴저지주 출신으로 1965년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하면서 퀘이커교도의 봉사프로그램에 참여해 일본을 거쳐 한국 창원의 한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이 한국과의 첫 인연이다.

"그 당시 1개월 정도 봉사활동을 하고 마칠 때 마을에서 큰 잔치를 베풀어 주었는데 그때 한국인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이 지금껏 한국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온 '계기'라고 말했다. 그후 그는 경북대에서(1973∼1976년) 인류학을, 계명대에서(1978∼1982년) 신학을, 감리교신학대에서(1982∼1987년) 종교학을 강의했다. 한국에 근무할 당시 어느 목사가 지어준 '천국의 정의'라는 뜻의 김정현(金正玄)이라는 한국이름을 쓰고, 한국인 아이 2명을 입양할 정도로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한다고 했다.

그가 9, 10일 서울시립대에서 열리는 국제한국어교육학회 초청 세미나에서 '국외 학문 목적 한국어 교육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기 위해 내한했다. 그는 "해외에서 한국의 무속신앙 불교 유교 등 종교와 정치 사회 문화를 학문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한문과 이들 분야의 특수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쉐필드대학은 1964년 일본학으로 동양학과가 개설된 이후 1979년부터 한국어 강좌가 시작됐다. 1987년부터 한국학을 가르쳤으며 1994년부터 한국학 학사 학위를 주고 있다고 했다. 현재 영국에는 쉐필드대와 런던대 등 2개 대학에 한국학과가 개설돼 있지만 전공 학생이 매년 15명 내외로 매우 적다. 다른 3개 대학에 한국어강좌가 있으나 아직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에서 한국학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가 다른 문화권에 전파되면서 그 사회에 토착화하는 과정에 대한 것들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서 개신교와 천주교가 빨리 튼튼하게 성장한 것은 한국인 주체적으로 신앙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민족주의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호응을 얻었다. 특히 한국 기독교의 중요한 특징은 토착화인데, 그 대표적인 예가 추도예배다. 유교의 영향으로 효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사람들이 예식으로 표현된 것이 제사다. 제사를 우상숭배로 금하는 선교사들과 달리 한국의 평신도 기독교인들은 추모예배를 형태를 통해 우상숭배라는 갈등을 해결한 것이 매우 특징적입니다."

그는 1988년 쉐필드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2, 3년에 한번씩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에 올 때 마다 애제자인 조원경(51) 하양감리교회 목사를 찾는다. 그레이슨 교수는 계명대에서 신학을 강의하던 시절 대학원생이었던 조씨를 자비로 영국 유학을 시켜주고, 신학과 철학박사 학위를 받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인연 외에도 이제는 한국의 종교와 문화 역사 등을 연구하는 데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생활했던 대구의 모습이 너무도 많이 변모했지만 나쁜 쪽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비단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전체의 단점이겠지만 도시에 고층 건물이 너무 많고 건물의 형태는 천편일률적으로 변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역사를 생각하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한국 사랑, 대구에 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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