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케빈 베이컨은 한국식으로 치면 58년 개띠생이다.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활발한 연기 경력을 쌓고 있지만 꽃미남과는 거리가 멀다. 주로 맡은 배역도 악역 캐릭터다. '비호감' 쪽에 더 가깝다. 하지만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 '일급 살인' 등에서 보여준 모습은 영화팬들에게 베이컨이라는 존재가 만만치 않은 연기파 배우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일부 마니아층에서 인정받던 베이컨이라는 이름은 1994년부터 느닷없이 유명세를 타게 됐다. 이른바 '케빈 베이컨 게임' 덕분이었다. 이 미국발 게임의 핵심은 이것이었다. '세상의 그 누구라도 6단계만 거치면 다 아는 사이가 될 수 있다'는…. 우연히 이 게임을 즐기던 세 명의 미국 청년들이 인기 토크쇼에 출연, 관객들이 제시한 배우들로부터 케빈 베이컨까지를 6명 이내에서 연결시키는 시범 게임을 선보이면서 세계적 화제가 됐다.
게임 명칭에 베이컨의 이름이 들어간 배경도 흥미롭다. 앞서 세 청년 중 한 명이 '관계의 6단계 법칙' 중 한 단어를 케빈 베이컨으로 잘못 알아들은 데서 비롯됐다고 하기도 하고 베이컨이 워낙 많은 작품에 출연해 이래도 저래도 6번 안에 결국 그와 만나게 된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여하튼 이 게임은 일찍이 1969년에 미국의 심리학자인 제프리 트래버스 박사와 스탠리 밀그램 박사가 발표했던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6단계 이론이 대중들로부터 여전히 긴가민가하는 반응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워싱턴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에릭 호비츠 연구원이 전 세계 MSN 메신저 이용자 1억8천만 명이 주고받은 3천억 건의 메신저 기록을 통해 6단계 이론을 검증해본 결과 사실로 입증됐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구의 평범한 시민 갑돌 씨도 이리저리 6단계를 거치다 보면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말이다. 참으로 좁디좁은 세상 아닌가. 생판 만난 적도 없고, 그런 존재가 이 세상에 있는 지조차 모르는 사람과도 그리 쉽게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그런데 정작 사람과 사람 사이의 心的(심적) 거리는 왜 갈수록 멀어지는 느낌일까. 하기야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란 다름 아닌 자신의 '머리와 마음 사이'라지 않는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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