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로 읽는 한권]캄보디아와 베트남, 두 나라에 드리운 슬픈 그림자

입력 2008-07-09 06:17:55

"서울 또한 마찬가지이다. 서울은 방콕, 마닐라와 더불어 일본인들의 3대 섹스관관광지 중의 하나였던 곳이다. 한국은 전쟁의 참화를 몸으로 겪었고 기지촌의 가슴 아픈 역사를 지금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그 주인공인 한국인들이 오늘 태극기를 휘날리며 매춘관광에 나서고 있다. 바로 그 한국인들에게 방콕의 그 수많은 매춘 여성들을 모두 전쟁과 식민지의 고통에 신음했던 아시아의 딸, 우리의 딸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면 온전히 나의 과대망상일 뿐일까?"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유재현 지음/ 그린비 펴냄/ 272 쪽/1만3천900원

"캄보디아도 교육열은 남다르지 않아 초등학교 취학률은 2003년 현재 84%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중학교 취학률은 17%로 급전직하한다. 여전히 무상교육 기간인데 이게 웬 마술일까. 또 가까스로 중학교에 입학했어도 65.5%는 졸업하지 못한다. 퍽도 공부하기 싫어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독재정권이 교육비용에 대해 안면몰수하는 가운데 월급 40달러의 선생들은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돈을 거두고 과외라는 명목으로 또 학부모들의 호주머니를 턴다. 돈이 없어 과외를 받지 않으면?"

『무화과나무 뿌리 앞에서』유재현 지음/ 그린비 펴냄/231쪽/1만2천900원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한달 보름 남짓 혼자 여행한 적이 있었다. 티베트의 카일라스 산에서 발원하여 인도차이나를 관통하여 흐르는 메콩 강의 긴 여정에는 아직도 여전히 슬픈 두 나라 역사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듯이 보였다. 두 나라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아매춘과 공공연한 마약밀매의 현장은 이념 앞에 지켜야 할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어버린 군상들의 권력욕의 또 다른 얼굴에 다름 아니었다. 여행 내내 더욱 슬펐던 것은 두 나라의 그 부패한 현장에 초대받은 가장 큰 손님이 다름 아닌 한국인이라는 사실이었다. 베트남의 호찌민에서, 캄보디아의 프놈펜에서 한국인들은 거침없이 매춘을 떠들고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다녔다. 행여 이런 것들이 모난 아웃사이더에게만 유독 특별하게 보이는 것이기를 바랐지만 위의 글을 쓴 동갑내기 작가인 유재현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두 책은 베트남 혁명을 신성시하고 있는 소위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캄보디아에 괴뢰정권을 세우고 그 괴뢰정권의 수장인 훈센과 그의 수족들이 저지르고 있는 죄악 앞에 베트남 혁명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세상에 이념이 이룰 수 있는 것과 가야할 길은 이미 사라져 버렸는지 모른다. 이것은 세상에 지켜야 할 가치는 사라진 것이 아닌가라는 절망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념 앞에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지킬 수 있다면 세상은 여전히 희망적이지 않을까 싶다. 비록 이것이 지극히 낭만적인 인간의 소망일지라도….

전태흥(여행작가·㈜미래데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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