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아담과 이브는 왜?

입력 2008-05-31 07:23:19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는 벌거벗은 채 살았습니다. 어느 날 이브는 사악한 뱀의 꾐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고 아담에게도 줍니다.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여호와의 명령을 어긴 뒤 아담과 이브는 갑자기 벗은 몸이 부끄러워져 치부를 나뭇잎으로 가리고 나무 사이로 숨습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죄는 입이 저질렀는데 성기가 왜 부끄러워졌을까? 이 이야기가 상징하는 심오한 의미는 무얼까?

죄를 지은 아담과 이브에게 돌아온 신의 징벌은 무한성의 상실이었습니다. 아담에겐 노동의 고통이, 이브에겐 출산의 고통이 안겨졌습니다. 노화와 죽음이라는 질곡도 시작됩니다. 생명체에게 노화, 죽음은 숙명의 굴레이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박테리아는 적절한 크기로 자라난 이후 죽지 않고 둘로 분열하면서 영원히 살아갑니다.

생명체 진화 과정에서 유성 생식의 등장은 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무성 생식 대신에 암수가 유전자를 교환하는 행위 즉, 섹스(sex)를 통해 후손을 낳는 번식법이 생겨난 겁니다. 그러나 성(性)의 대가로 생명체들이 지불한 것은 노화와 죽음이었습니다. 생명체는 불멸성을 잃은 대신 개체성을 얻습니다.

생명은 어떤 수사로도 묘사하는 데 역부족을 느낄 만큼 경이롭습니다. 수정 직후 태아는 한점 크기에 불과하지만 생명체로서 '자기주장'을 펴고 엄마의 신진대사 변화마저 유도합니다. 대표적 사례가 입덧입니다. 수태 직후 자궁에 자리를 잡은 수정란은 엄마의 융모성선 호르몬 분비를 유도해 입덧을 일으킵니다. 입덧은 임신 초기에 엄마가 음식을 잘못 가려 먹어 생기는 유산을 미연에 막기 위한 태아의 자구책이라고 어느 학자는 설명하더군요.

태아에게 엄마 뱃속은 에덴동산 같은 낙원입니다. 근심걱정이나 개체의식 없이 평화로운 날들을 보냅니다. 그러나 280일쯤 지나면 태아로서는 '날벼락 같은' 상황이 닥칩니다. 자궁이 갑자기 '안면몰수'를 하면서 태아를 밖으로 밀어내기 시작하는 겁니다. 10㎝에 불과한 산도(産道)는 태아에게 끝 안 보이는 절망의 터널 같습니다. 처음에 태아는 저항합니다. 그러나 계속 버티다가는 자신도, 엄마도 위험해진다는 것을 곧 깨닫습니다. 출산을 위한 엄마와 태아의 협력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우리 민족은 아기가 태어나 100일을 맞으면 잔치를 벌입니다. 학자들은 곰이 마늘을 먹고 석달 열흘을 버텨 인간이 되었다는 단군신화에서 백일 잔치의 유래를 찾습니다. 영아 사망률이 높던 옛날, 아기가 한고비를 넘긴 자축의 의미를 지녔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어떤 이는 임신기간 280일에 100일을 더해, 아기가 진정으로 생명체가 된 지 1년이 지났음을 축하하는 뜻을 담았다고 풀이하더군요.

이제 6월 3일이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백일 잔칫날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을 듯합니다. 국민들은 정부와의 불화를 거론합니다. CEO 출신인 대통령이 국민을 직원쯤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도 있습니다. 이것도 오해이겠지요. 국민을 소비자 즉, 왕으로 섬기는 리더십을 기대해 봅니다.

김해용 기획취재부장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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