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친절한 오페라] 오페라의 꽃 소프라노

입력 2008-05-24 07:32:32

오페라의 여자주인공을 프리마돈나(prima donna)라고 부른다는 것은 이미 얘기하였다. 바로 그녀들이 오페라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시간에 말했던 목소리의 성부(聲部)에 따른다면, 프리마돈나들은 대부분 소프라노다.

그러니 (물론 예외도 있지만) 오페라의 주인공은 소프라노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프라노는 여성의 대표적인 성부이면서 가장 흔한 성부이기도 하다. 주변에 성악을 공부하거나 전공하는 여성이 있으면 물어보라. 아마 90퍼센트 이상이 소프라노이고, 드물게 메조소프라노가 있으며, 진짜 알토는 클래식 팬이라도 평생 만나는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양적으로도 많은 소프라노이니, 다만 소프라노라고 말하는 것은 그녀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서 야구선수라고 하면 투수인지 포수인지조차 모르는 것과 같다. 야구에도 투수가 있고 전문적인 타자가 있으며 수비수도 다양한 포지션이 나뉘어져 있지 않은가? 그런 것처럼 소프라노의 세계도 다양하게 나뉘어져 있고, 각 포지션마다 각자의 역할과 나름대로의 매력이 각각 있는 것이다.

크게 소프라노는 세 분야로 나뉜다. 먼저 '레제로(leggiero) 소프라노'다. 이것은 소프라노 중에서도 가장 가벼운 소리를 가진 사람들로서, 마치 솜털이 떠다니듯이 가벼운 음성으로 노래한다. 가볍기 때문에 빠르고 날카로우며 기민한 기교의 구사가 쉬운 장점이 있다. 조수미, 신영옥 같은 분들이 이 영역에 해당하고, 세계적으로는 조안 서덜랜드, 에디타 그루베로바, 나탈리 드세이 등이 대표적인 소프라노들이다. 이 영역이 맡는 대표적인 배역은 의 밤의 여왕, 의 루치아, 의 질다 등이다.

다음으로는 '리릭(lyric) 소프라노'다. 서정적인 소프라노란 뜻인데, 보다 우아하고 품격 있는 빠른 기교보다는 길게 이어지는 가락을 부르기에 적합하다. 홍혜경, 레나타 테발디, 미렐라 프레니 등이 대표적인 가수들이다. 의 백작부인, 의 미미, 의 데스데모나 등이 이 영역의 여가수들이 잘 부르는 배역이다.

소프라노 중에서 가장 무거운 음성의 질감을 가진 것이 '드라마틱(dramatic) 소프라노'다. 그녀들은 가장 강렬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격정적이거나 압도적이고 극적인 표현을 잘 할 수 있다. 레온타인 프라이스, 에바 마르톤 등이 대표적인 드라마틱 소프라노들이다. 의 아이다, 의 초초상, 의 레오노라 등이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유명한 배역들이며, 바그너의 오페라들 중 여주인공들은 대부분 드라마틱 소프라노에게 적합하다.

더 들어가면 리릭 소프라노의 경우는 다시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가벼운 순서대로 리릭 레제로, 리릭, 그리고 스핀토(spinto)로 나눌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레제로, 리릭 레제로, 리릭, 스핀토, 드라마틱의 다섯 단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리릭 레제로는 의 수잔나, 스핀토는 의 토스카 같은 배역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배역에 따른 분류는 결정적인 것은 아니니, 리릭 소프라노가 드라마틱 소프라노의 배역을 불러도, 그 스타일은 달라지지만 문제가 될 것이 아니다. 그리고 다섯 영역을 마음대로 다 부를 수 있는 사람도 드물게 있었으니, 마리아 칼라스 같은 사람이다.

박종호 (오페라 평론가, 장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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