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단계 추진 선회 배경은?

입력 2008-05-20 09:27:01

여론에 밀려 "원하는 곳부터…"

청와대와 여권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핵심공약의 하나인 '한반도 대운하' 추진전략 수정에 나섰다.

한반도 대운하 추진에 대한 반대여론을 감안, 4대 강을 치수 관리 차원에서 정비한 뒤 한강과 낙동강 연결부분은 여론을 봐가면서 단계적으로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단계적 추진론'이 그것이다.

이 같은 추진전략 수정은 지난 13일 이 대통령이 4·9총선에서 당선된 정두언 의원과 강승규, 진성호 당선자 등 일부 측근 인사들과의 오찬 회동에서 구체화됐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가 당초부터 네이밍(이름짓기)이 잘못돼 많은 오해를 부른 것 같다. 대운하라고 하니까 마치 맨땅을 파서 물을 채워 배를 띄우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한반도 대운하는 4대 강을 지금의 한강처럼 만들고 연결부분만 땅을 파자는 것"이라고 건의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그런 방안도 있겠네. 검토할 만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정 의원이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전반적으로 (대운하 사업을) 신중하게 하고 원하는 곳부터 시작해 성과를 보자는 방향에서 이야기를 나눴다"며 "예전처럼 (밀어붙이기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은 단계적 추진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권 관계자들은 "대운하 건설을 원하는 지역부터 시작해 성과를 내고 논란이 많은 연결 공사 지역 등은 여론을 수렴해가며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낙동강과 영산강 지역 등 대운하 추진에 우호적인 곳부터 대운하사업을 추진하자는 '분리추진론'과도 맥이 닿아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9일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평화방송에 출연, "(한반도 대운하를) 우리가 꼭 운하로만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치수 문제라든지 수질 문제라든지 그런 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며 여권의 대운하 추진전략 수정을 시사한 바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7일 "한반도 대운하는 운하가 아닌 수로"라면서 대운하 개념 수정에 동참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도 19일 대표적인 운하반대론자인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에게 "운하는 멀쩡한 산과 들을 파괴해 뱃길을 여는 게 아니라, 원래의 뱃길을 복원하자는 것"이라는 내용의 원고지 50장 분량 편지를 보내면서 대운하 건설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의 잇따른 대운하 추진 움직임은 정부 측의 움직임과도 무관하지않은 것 같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19일 운하사업지원준비단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총선 직전 운하지원TF를 운영하다가 비밀조직 논란이 일자 해체했다가 다시 이를 부활시켰다. 준비단에서는 민자사업 추진절차와 운하사업에 따른 수자원관리, 환경 및 문화재 영향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준비단은 민간업체들의 제안이 들어오기 전 사업추진을 원활히 하기 위한 광범위한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임시조직" 이라며 "민간제안 검토 후 사업 추진이 공식화되면 정식 조직으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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