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철거해야 하나, 가스판매점을 옮겨야 하나.'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선 아파트와 가스판매소가 '이격거리'를 두고 분쟁에 휩싸였다.
대구시 수성구 매호동 H아파트(490가구)의 107동, 108동 두 개 동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영업 중인 가스판매소와 직선거리로 36~41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 가스판매소 등 위험물 저장 및 처리시설과 50m이상 떨어져 짓도록(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돼 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두 건물사이의 간격이 너무 가깝다.
이에 아파트 주민들은 가스판매소를 옮겨줄 것을 대구시와 아파트 시행사에 요구하고 있는 반면 가스판매소 측은 안전거리가 미확보된 아파트로 인해 사고가 나면 막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 아파트 시행사는 2003년 가스판매소를 아파트 부지에 포함시켜 사업을 진행하다 토지 매수가 이뤄지지 않자 설계를 변경해 대구시에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설계 변경 과정에서 아파트 일부 동과 가스판매소간 거리가 줄어들게 됐지만, 현장을 찾은 시 공무원은 거리측량 등 사업승인에 필요한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사업승인을 덜컥 내줘버렸다.
대구시 김종도 건축주택팀장은 "담당자가 측정도구 없이 눈대중으로 거리를 확인하다 보니 착오가 생긴 것 같다"며 "혼란을 끼쳤지만 고의성이나 비리와는 관련이 없는 단순 과실로 자체 조사에서 확인돼 징계는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아파트와 가스판매점은 공무원의 어이없는 실수 때문에 '이격거리'를 두고 2년째 싸움을 하고 있다.
가스판매소 업주 김모씨는 "1999년부터 이곳에서 영업을 해 왔는데, 아파트 사업승인은 4년 뒤인 2003년 이뤄졌다"며 "사업승인 요건도 갖추지 않고 바로 앞에 들어선 아파트 때문에 영업을 중단하거나 이전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답답하기는 아파트 주민들도 마찬가지. 코앞에 위험시설물을 두고 살게 됐지만 가스판매소와 시행사간 보상이 하릴없이 늦어져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더욱이 가스판매소 측이 지난해 12월 이격거리를 위반한 107동과 108동 94가구 주민들을 상대로 불법건물 철거 소송을 제기하면서 정신적 피해까지 입고 있다는 것. 박혜성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올 2월 가스판매소측이 소송을 취하했지만 사고위험 등으로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입주민 이모씨는 "잘못을 저지른 대구시는 팔짱만 끼고 있다"며 "승인을 내준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커녕 아직까지 같은 업무를 그대로 맡겨둠으로써 중재는 고사하고 불신만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아파트 시행을 맡았던 D사 관계자는 "설계과정의 착오로 문제가 생겼다"며 "빠른 시일내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아파트 시행사와 가스판매소는 이전 보상금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소송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정작 사업승인을 내준 대구시는 시행사와 가스판매소간의 문제라며 나몰라라 하고 있다. 시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행정기관은 강제로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가스시설물이 조금 가깝다고 해서 특별히 위험한 것은 없다. 소송 결과를 지켜볼 뿐"이라고 발뺌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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